[피플인 월드] 국가협의회 첫 女의장 사켈라로풀루
인권·환경법 전문… 국민 신망 두터워‘내각 유리천장’ 타파… 55% “긍정적”
“경제 위기·기후 변화·이민 역점” 포부
에카테리니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CNN 등은 그리스 의회가 22일(현지시간) 재적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261표·반대 33표로 에카테리니 사켈라로풀루(63) 최고행정법원장 겸 국가협의회 의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선출에 따라 사켈라로풀루 의장은 오는 3월 13일부터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5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정통 법관 출신인 사켈라로풀루 의장은 인권과 환경법 등의 전문가로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내각 자문기구인 국가협의회 첫 여성 의장이기도 하다. 그는 의회 승인 투표 직후 취재진에 경제위기와 기후변화, 이민 문제 등을 3대 정책과제로 꼽고, 국제적 협력을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치권은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같은 날 여론조사에서 이번 선출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55%를 넘는 등 국민여론도 호의적이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오늘은 그리스 공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날”이라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창이 열렸다. 그리스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새로운 10년으로 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에 “그리스가 새로운 평등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역시 EU 최초의 여성 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신임 여성 대통령 선출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그리스가 유럽에서도 양성평등 기반이 성숙하지 않은 나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유럽양성평등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성평등지수에서 그리스는 유럽 평균보다도 낮았고, 같은 해 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의 남녀 임금 격차는 12%가 넘기도 했다. 현 내각 18개 장관 가운데 여성은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1-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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