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법원 “‘IS 신부‘ 베굼 정당한 재판 받으려면 입국 허용해야”

英 법원 “‘IS 신부‘ 베굼 정당한 재판 받으려면 입국 허용해야”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7-17 06:09
수정 2020-07-1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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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동부 출신으로 5년 전 이슬람 국가(IS)로 떠난 이른바 ‘IS 신부’ 가운데 한 명인 샤미마 베굼이 16일(현지시간) 시민권 회복을 위한 싸움을 할 수 있으려면 영국에 입국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사진을 촬영한 시간은 알려져 있지 않다. PA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런던 동부 출신으로 5년 전 이슬람 국가(IS)로 떠난 이른바 ‘IS 신부’ 가운데 한 명인 샤미마 베굼이 16일(현지시간) 시민권 회복을 위한 싸움을 할 수 있으려면 영국에 입국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사진을 촬영한 시간은 알려져 있지 않다.
PA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5년 전 열다섯 살에 조국을 버리고 떠난 ‘IS 신부’가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슬람국가(IS)‘에 합류했다가 시민권이 박탈된 샤미마 베굼(20)이 정당하게 시민권을 되찾는 재판을 받으려면 영국 입국이 허용돼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영국 항소법원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시민권을 박탈한 영국 정부의 결정은 불법적이라며 베굼이 제기한 소송에서 “그녀가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영국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공정과 정의가 국가 안보 우려보다 더 귀중하다. 특별이민심판위원회 결정에 대한 베굼의 사법 심사(judicial review)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판결했다. 사법 심사는 정부 결정이나 권력 행사의 적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의 일부다.

영국 내무부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내무부는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정부의 우선사항은 국가안보를 유지하고 대중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 출신인 베굼은 2015년 2월 학교 친구 둘과 함께 시리아로 건너간 뒤 IS에 합류했고, 이후 네덜란드 출신 IS 조직원과 결혼했다. 베굼은 아이를 셋 낳았는데 먼저 본 둘은 질병과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초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출산한 셋째 아이도 출생 3주도 안 돼 폐렴으로 잃었다.

베굼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리아로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사지드 자비드 당시 영국 내무장관은 안보 우려 등의 이유로 베굼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베굼은 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지난 2월 특별이민심판위원회는 정부 결정이 합법적이라고 판단했다. 국제법으로는 특정인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은 그가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가질 수 있을 때만 가능한데 영국 시민권 박탈 당시 방글라데시계인 베굼은 방글라데시 시민권 자격 대상이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는 베굼이 자국과 무관하다고 밝혀, 베굼은 사실상 무국적 상태에 놓였다. 베굼의 변호인들은 이같은 점과 함께 베굼이 영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효과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 대니얼 퍼너는 “베굼은 그녀의 얘기를 들려줄 공정한 기회를 결코 얻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영국의 정의와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기고 있다. 그녀의 이름을 지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시민권을 박탈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정반대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굼의 아버지 아메드 알리는 BBC에 “기쁘다”면서 딸이 “정의를 얻길” 희망한다고 털어놓았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공식 대변인은 정부가 “특정인 사례에 대해 통상 언급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베굼에 대해 내려진 이번 결정을 “가벼이 다루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영국의 안전과 안보를 늘 보호할 것이며 이를 위험에 빠드리는 어떤 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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