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압박 벨라루스 대통령…정치범 만나 개헌 카드 꺼내

퇴진 압박 벨라루스 대통령…정치범 만나 개헌 카드 꺼내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10-11 20:32
업데이트 2020-10-1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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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과 불복 시위가 두 달 넘게 계속되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교도소로 찾아가 자신이 구속한 정치범들을 4시간 이상 만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벨라루스에 대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제재와 대사 소환 등 국제적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루카셴코는 정치범들을 만난 자리에서 개헌 화두를 던지는 도박을 걸었다.

독일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DW)는 이날 루카셴코가 수도 민스크의 한 교도소에 평상복 차림의 정치범 11명과 타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의 사진을 벨라루스 국영 통신사 벨트가 공개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사진에는 지난 7월 구속되면서 대선 출마가 좌절된 야당 지도자이자 은행가 출신 빅토르 바바리코가 대통령 옆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정치범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표정은 진지해 보였다.

이에 대해 그의 대선 정적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루카셴코가 범죄자라고 불렀던 정치범들의 존재를 인식했다”고 적었다. 또 “교도소에서 대화를 할 수 없다”며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범야권 조직인 ‘조정위원회’에 참여하는 전 문화부 장관 파벨 라투쉬코도 “루카셴코는 그가 교도소에 보낸 사람들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가 압승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야권은 부정 선거라며 주말마다 시위를 벌이고 있다.

루카셴코의 공보비서는 텔레그램을 통해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모두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며 대화 참석자들은 4시간 30분가량 진행된 대화 내용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짧게 나온 동영상에서 루카셴코는 수감자들을 향해 “길거리에서 헌법을 고쳐 쓸 수는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DW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10-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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