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없이 태어난 그, 왼다리 발가락으로 밸브 눌러 프렌치 혼 연주

두 팔 없이 태어난 그, 왼다리 발가락으로 밸브 눌러 프렌치 혼 연주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1-19 17:40
수정 2021-1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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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프렌치 혼 연주자 펠릭스 클리세르(30)가 영국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BSO)와 호흡을 맞춰 들려주는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4번이다. BBC 동영상 공유가 안돼 링크를 건다. https://www.bbc.com/news/av/uk-59312659

BSO는 두 팔 없이 태어나 세 살 때부터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관악기였던 프렌치 혼 소리에 매료돼 연습하고 또 연습해 지금의 기량을 닦았다는 그를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로 기용해 앞으로 2년 동안 함께 공연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영국 BBC와 더타임스 등이 19일 전했다. 그는 다른 연주자처럼 손을 사용하지 않고, 신발을 벗어 왼쪽 다리를 어깨 높이로 들어 올린 다음 발가락으로 밸브를 눌러 아름다운 음을 빚어낸다.

요가처럼 기묘한 동작이라 오래 연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16분 이상 걸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혼 협주곡 1번, 15분이 소요되는 파울 힌데미트의 혼 협주곡처럼 길고 깊이 있는 음악도 능숙하게 소화한다.

그는 BBC 인터뷰를 통해 “그 악기 말고는 다른 악기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너무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그 악기를 언제 어디에서 처음 만졌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발가락으로 어떻게 프렌치 혼을 연주하지 궁금해하며 어렵게만 여기는데 사실, 난 사람들이 어떻게 손가락으로 연필을 쥐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똑같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또 프로 연주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렸는데 다만 연습에만 정진하고, 음악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란 생각에만 집중하며 꿈을 좇다보니 프로가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클리세르의 데뷔만 이날 흥미로웠던 것은 아니었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늘 의표를 찌르는 레퍼토리로 이름난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0번을 골랐기 때문이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놓고 불안해 했던 작곡가는 교향곡다운 작품을 썼는지를 자신하지 못해 하나의 시도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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