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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반전시위’ 러 여성 “선전에 속지 마라, 내 희생 헛되지 않길”

‘생방송 반전시위’ 러 여성 “선전에 속지 마라, 내 희생 헛되지 않길”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03-17 01:44
업데이트 2022-03-17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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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출신 오브샤니코바, 사법처리 후 외신 인터뷰

뉴스 생방송 도중 ‘NO WAR’ 피켓 시위
“정치 선전 믿지 말라, 거짓말 하고 있다”
“좀비 되지 말라… 사람들이 눈 뜨길 바라”
시위법 위반 벌금 부과… 추가 처벌 가능성
마크롱 “보호 조치” 크렘린궁 “훌리건” 폄하
생방송에서 반전시위한 러 국영방송 에디터 마리나 오브샤니코바.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생방송에서 반전시위한 러 국영방송 에디터 마리나 오브샤니코바.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채널1 TV의 저녁 뉴스 생방송 도중 진행자 뒤로 불쑥 나타나 반전 메시지를 들어보이는 마리아 오브샤니코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채널1 TV의 저녁 뉴스 생방송 도중 진행자 뒤로 불쑥 나타나 반전 메시지를 들어보이는 마리아 오브샤니코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국영 TV의 생방송 뉴스 스튜디오에 들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중단하라는 돌발 피켓 시위를 벌였던 언론인 출신 러시아 여성이 “희생이 헛된 게 아님을 느끼고 싶다”면서 “사람들이 (진실에) 눈을 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범죄이며 언론이 정치 선전을 통해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드는 행위를 묵인해온 게 부끄럽다며 시위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난 영웅 아냐…겁나지만 도피 계획 없어”
러시아 국영 채널1 TV의 편집자로 근무하는 마리아 오브샤니코바(44)는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자신이) 전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내 행위에 대해 믿음이 있지만, 상대해야 할 문제의 크기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안전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시위를 통해 반전을 외칠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에게 “좀비가 되지 말고 프로파간다를 듣지 말라. 정보를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라”는 등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오브샤니코바는 지난 14일 채널1 TV의 저녁 생방송 뉴스 도중 진행자 뒤에 불쑥 나타나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였다.

그는 이후 러시아 시위법을 위반으로 14시간 넘게 심문을 받은 뒤 3만 루블(약 33만원)의 벌금형을 부과받았고, 추가 처벌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태다.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에서 도주할 계획이 없다면서,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녀는 끝내
소녀는 끝내 구급대원인 올렉산드르 코노발로프가 27일 일요일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 시립병원에 도착한 뒤 주택가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다친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다. 소녀의 아버지가 간절히 기도했지만 소녀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AP 연합뉴스 202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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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비우 AP 연합뉴스 2022-03-16
“우크라서 일어나는 건 범죄, 시위하자”
“러인, 좀비로 만드는 걸 침묵 부끄러워”

앞서 오브샤니코바는 그간 침묵을 지켰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며 시위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15일(현지시간) dpa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가디언 등에 따르면 오브샤니코바는 시위 직후 공개한 영상에서 수년간 크렘린궁의 선전을 위해 일해오면서 침묵을 지켰던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범죄”라면서 “우리 힘으로만 이를(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위하러 가자”면서 “겁먹지 마라. 그들은 우리를 전부 체포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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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포격에 희생된 피란민 일가족 돌보는 우크라 군인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피란길에 올랐다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을 받고 쓰러진 일가족을 살펴보고 있다. 일가족 가운데 어머니와 아들, 딸이 숨졌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었다. 2022.3.7 이르핀 AP 연합뉴스
그는 특히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드는 것을 묵인했던 게 부끄럽다”면서 “우리는 이런 비인도적 정권을 목도하면서도 잠자코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자신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이라고 덧붙였다.

오브샤니코바는 전날 시위 직후 체포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튿날 저녁에서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벌금형 선고 이후 법정에서 나온 오브샤니코바는 “내 인생에서 매우 힘든 날들이었다”면서 “거의 이틀간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연락하거나 법적 도움을 받는 게 차단됐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 벌금형은 생방송 시위 때문이 아니라 후속 영상에서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반전 움직임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변호인 측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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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포위 공격에 돌봄 못 받는 우크라 마리우폴 미숙아들
러군 포위 공격에 돌봄 못 받는 우크라 마리우폴 미숙아들 1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제3병원’에서 미숙아들이 의료시설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한 침대에 나란히 눕혀져 있다. 러시아군 포위 공격이 보름째 이어지고 있는 인구 40만 명의 마리우폴은 식수 방전기 공급이 끊기고 외부와의 접촉도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2022.3.16 마리우폴 AP 연합뉴스
러시아 군인의 총에 한쪽 팔을 잃은 우크라이나 소녀 사샤. 2022.03.16 데일리메일 캡처
러시아 군인의 총에 한쪽 팔을 잃은 우크라이나 소녀 사샤. 2022.03.16 데일리메일 캡처
러 언론, 우크라 침공을
‘전쟁’ 대신 ‘특수군사작전’ 지칭 중

생방송 시위에 대한 혐의도 인정되면 처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타스통신은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오브샤니코바가 러시아군에 대해 허위 정보를 유포했는지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변호인 측은 오브샤니코바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대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인권단체 아고라 관계자는 “오브샤니코바를 상대로 형사사건이 개시될 위험성이 남아있지만 그가 오늘 벌금형을 받으면서 그럴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졌다”고 내다봤다.

앞서 오브샤니코바 사건에서 러시아 군에 관한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적용되면 최고 징역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 대신 ‘특수군사작전’으로 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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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지지 ‘Z’ 포스터 나붙은 러시아 버스 정류장
전쟁 지지 ‘Z’ 포스터 나붙은 러시아 버스 정류장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의 버스 정류장 유리창에 로마자 ‘Z’와 함께 ‘러시아가 자랑스럽다! 부끄럽지 않다!’는 구호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러시아에선 ‘Z’ 표시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이번 전쟁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통하고 있다. 2022.3.16 상트페테르부르크 AFP 연합뉴스
러시아 카잔의 한 소아 호스피스 병원 앞에서 어린이 환자와 부모들이 Z 모양으로 서 있다. 2022.03.08 트위터
러시아 카잔의 한 소아 호스피스 병원 앞에서 어린이 환자와 부모들이 Z 모양으로 서 있다. 2022.03.08 트위터
푸틴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Z’ 표식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진행 중이다. 2022.03.08 트위터
푸틴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Z’ 표식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진행 중이다. 2022.03.08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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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유명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모습.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유명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모습.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러 나발니 “내가 벌금 내주겠다” 지지
돌발 시위 후 일부 언론인 방송사 관둬

오브샤니코바의 시위 이후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브샤니코바와 진실을 전달하는 모든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오브샤니코바를 대신해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며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사관 보호나 망명 등을 통해 (오브샤니코바를) 보호하는 외교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를 제안해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훌리건’ 같다고 폄하했다.

오브샤니코바의 시위 이후 일부 언론인은 해당 방송사를 그만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군 폭격에 숨진 18개월 아기
러시아군 폭격에 숨진 18개월 아기 러시아군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의 한 병원에 지난 4일(현지시간) 생후 18개월 아기 키릴이 부상을 입고 실려왔다. 의료진이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아기는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20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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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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