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행 설립자 올레그 틴코프, NYT 인터뷰
전쟁 비난 SNS 올린 다음날 ‘은행 국유화’ 협박
“은행 지분 전량, 실제 가치의 3%에 강제 처분”
은행측 부인 “올레그 손 뗀지 오래…이름 바꿀것”
올레그 틴코프 러시아 틴코프은행 설립자
인스타그램(@olegtinkov)
틴코프는 지난달 19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미친 전쟁의 수혜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며 “Z(러시아 침공 지지의 상징)를 그리는 멍청이들도 있지만 어느 나라나 10%의 바보들은 있다”는 글을 올렸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되는 후퇴와 비극적인 병력 손실로 그들의 군대가 ‘개떡’ 같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소련 붕괴 후 국영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거부가 된 신흥재벌(올리가르히)과 달리, 틴코프는 러시아에서 몇 안 되는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다. 그가 2006년 설립한 틴코프은행은 러시아에서 2번째로 큰 신용카드 사업자다.
올레그 틴코프 러시아 틴코프은행 설립자
인스타그램(@olegtinkov)
그는 지난 28일 자신의 틴코프은행 지분 35% 전부를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광산업계 거물인 블라디미르 포타닌의 회사에 강제로 넘겨야했다고 밝혔다.
매각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틴코프는 “내가 믿고 있는 실제 평가가치의 3%에 지분을 넘겨야 했다”고 주장했다.
틴코프는 “크렘린궁이 강요한 거래였으며, 제안받은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고 상의조차 할 수 없었다”며 억울해했다.
“단 한 명의 수혜자도 없는 미친 전쟁, 개떡 같은 러시아군”
인스타그램으로 러시아 군대를 비난한 올레그 틴코프. 올레그 틴코프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 재계와 정부 엘리트 계층이 이번 전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 자신처럼 푸틴의 보복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틴코프는 설명했다.
틴코프는 “러시아는 더이상 국가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푸틴이 장기집권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앞서 틴코프은행은 지난달 22일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이었다면서 은행 이름을 연내에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틴코프의 자산은 지난해 11월 기준 90억 달러(약 11조 4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42억 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 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은 지난 3월 틴코프를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오달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