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직장내 괴롭힘 방지 의무화…기업들 대책 마련 부심

日정부, 직장내 괴롭힘 방지 의무화…기업들 대책 마련 부심

김태균 기자
입력 2019-03-12 14:32
수정 2019-03-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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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경영진이나 상사 등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사의 가혹한 갑질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샐러리맨 사례 등은 발생 때마다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곤 했다. 지위 등을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것을 뜻하는 일본식 영어 조어 ‘파와하라’는 어느덧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일반명사로 굳어졌다. 영어 ‘파워’(힘이나 지위·일본식 발음 ‘파와’)와 ‘해러스먼트’(괴롭힘·일본식 발음 축약 ‘하라’)를 합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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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욕설을 하며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뉴스타파 캡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욕설을 하며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뉴스타파 캡처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조치를 기업에 의무화하는 내용의 노동대책종합추진법 등 개정안을 각의(한국의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파와하라가 사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인재유출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심하다고 보고 꾸준히 법제화를 추진해 온 결과다.

일본 정부는 ‘상사 등의 우월적 관계를 배경으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언행으로 근로환경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파와하라를 정의했다. 법률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들은 내년부터 ‘파와하라 상담창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가해직원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지침 등도 마련해야 한다.

2017년 일본 전국의 노동국에 접수된 직장 내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 상담건수는 총 7만 2067건에 달했다. 후생노동성의 2016년 설문조사에서는 파와하라가 직장에 미치는 영향(복수응답)에 대해 ‘직원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가 81%, ‘직장의 생산성이 떨어진다’가 68%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의무화를 앞두고 기업들은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는 사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상태에 대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으로부터의 상담까지 접수하는 ‘패밀리 라인’을 개설했다.

자동차부품 대기업인 칼소닉칸세이는 사업장마다 상사 갑질 및 성희롱 등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해결방법을 낸 우수사원에 대해 표창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미쓰이부동산은 지난해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연수의 대상을 기존의 관리직에서 모든 사원으로 확대했다. 부동산 대기업 미쓰비시지쇼도 상사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을 전 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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