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탓 폐쇄성·자국중심주의 강해져
외국인·소수자에 대한 배타적 모습 우려
무라카미 하루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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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12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종의 위기적 상황에서는 예를 들면 간토 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코로나19로 일본 사회의 폐쇄성이 강해지고 자국중심주의적인 경향이 확산되며 외국인이나 소수자에 대한 배타적 모습이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간토학살은 1923년 리히터규모 7.9의 지진이 간토 지방을 강타한 후 ‘조선인이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돼 조선인들에 대한 탄압이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다.
하루키는 또 인터뷰에 앞서 이뤄진 라디오 방송 녹음에서 나치 독일의 선전·선동과 같은 메시지가 나오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1960∼1970년대 학원 분쟁 시대에 말이 혼자 걸어가고 강한 말이 점점 거칠게 나가는 시대에 살았으므로 강한 말이 혼자 걸어가는 상황이 싫고 무섭다”고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하루키는 앞서 코로나19 긴급사태 때 라디오를 진행하며 일본인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선악이나 적군·아군의 대립, 서로 죽이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기 위한 지혜의 싸움”이라며 “여기에서 적의와 증오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20-07-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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