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객 급증한 일본…코로나19 불안이 가져온 사생관 변화

성묘객 급증한 일본…코로나19 불안이 가져온 사생관 변화

김태균 기자
입력 2021-01-26 08:42
수정 2021-01-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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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 오타구의 사찰 ‘혼주인’은 매월 15일 전국 각지에서 보내진 유골들을 불상 내부에 봉안하는 납골 법요식을 하고 있다. 혼주인 홈페이지
일본 도쿄도 오타구의 사찰 ‘혼주인’은 매월 15일 전국 각지에서 보내진 유골들을 불상 내부에 봉안하는 납골 법요식을 하고 있다.
혼주인 홈페이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족 묘소를 참배하는 성묘객이 일본에 부쩍 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묘지도 없애고 장례도 가능한 한 간소화하려는 최근 흐름과 반대되는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이 사람들의 사생관(死生觀)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많은 도쿄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묘객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장묘문화는 거의 대부분 화장한 뒤 유골을 사찰 등지의 납골당이나 납골묘에 모시는 게 일반적이다.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에 사는 야베 유코(55)는 주말마다 집 근처에 있는 사찰 간슈지를 찾는다. 이곳 납골당에 봉안된 아버지를 참배하기 위해서다. 야베는 “과거에는 성묘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강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진정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을 생각하며 두 손을 모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한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도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성묘객이 늘다 보니 납골당이 있는 사찰들에 대한 시주도 크게 늘었다. 간슈지의 경우 통상 3~4명 정도이던 고정 시주자가 지난해 25명으로 증가했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도쿄도립 ‘아오야마 공원묘지’2019.1.4.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도쿄도립 ‘아오야마 공원묘지’2019.1.4.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성묘 대행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성묘를 위한 이동이 제한된 것도 있지만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커진 것도 주된 이유다. 지바현 마쓰도시에 있는 세키쇼아즈마야라는 업체의 경우 묘소를 청소하고 꽃과 향을 바쳐 달라는 성묘 대행 신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년의 2배로 늘었다. 성묘 대행을 답례로 내건 전국 약 100개 지자체에 대한 지난해 고향세 기부액도 전년 대비 40%나 늘었다.

승려이자 저널리스트인 우카이 히데노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년간 장례예식 자체는 감소했지만 성묘를 하는 사람은 크게 늘었다”며 “죽음을 짙게 느끼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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