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공항 주변 등 동부 2곳 공격
휴전 협상 결렬·하마스 공격 보복
‘대피령’ 지시 하루도 안 돼 개시
네타냐후 “지원 없이 홀로 서겠다”
美, 이스라엘行 탄약 선적 보류
이스라엘군, 라파 공격 앞두고 주민들에 대피령 발동
5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알나자르 병원 시신 보관실에 팔레스타인인 시신을 담은 비닐 가방들이 놓여 있다. 이스라엘군은 6일 라파 공격 가능성을 앞두고 라파 거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인도주의적인 지역으로 일시적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2024.05.06. 가자지구 라파 AP 뉴시스
AFP통신은 가자 민방위 및 구호 당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6일(현지시간) 즉시 대피 명령을 내린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동부 지역 두 곳을 전투기로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아메드 리드완 가자 민방위청 대변인은 “이스라엘 점령의 표적이 된 지역은 가자 국제공항 주변·알슈카 지역·아부할라와 지역·살레헤딘 거리·살람 인근 지역”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역시 하마스 측 매체 알아크사TV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라파 동부 지역에서 공습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관리 라시크는 성명을 통해 “라파 내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은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라파 동부 주민들에게 가자지구 해안 알마와시의 ‘인도주의 구역’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알마와시에는 야전 병원과 텐트촌, 식량과 물, 의약품 등이 구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줄곧 라파 공습을 공언해 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전날 라파 인근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일자 “하마스가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하마스는 가자지구 북부 분리 장벽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측 케렘 샬롬 검문소에 로켓 14발을 발사해 이스라엘군 3명이 숨졌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케렘 샬롬 검문소를 폐쇄하고 가자지구 내로 인도주의 물자를 운송하는 트럭 운행을 중단한 뒤 보복 공습을 가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밤새 라파 주택을 공격해 어린이 8명을 포함해 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는 카이로 회담에서 인질 석방을 대가로 가자 휴전을 성사시켜 140만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모여 있는 라파 공격을 만류하고자 안간힘을 써 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 야드바셈 추모관에서 열린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식에서 연설하며 “국제사회 지원 없이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끔찍한 홀로코스트 당시 세계 지도자들이 이를 방관했고, 어떤 나라도 우리를 돕지 않았다”며 “이로 인한 첫 교훈은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가자전쟁 개전 이래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보내려던 미국산 탄약 선적을 보류했다고 이날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라파 침공 의사를 굽히지 않자 압력을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주말 카이로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고, 이스라엘을 기다리던 하마스 대표단은 이날 밤 카이로를 떠나 8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휴전 기간에 대한 견해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05-07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