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느니 소시지로”…외래종 200만 마리 들끓자 독일서 벌어진 일

“버리느니 소시지로”…외래종 200만 마리 들끓자 독일서 벌어진 일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4-11-02 23:00
수정 2024-11-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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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라쿤(미국 너구리) 자료 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야생 라쿤(미국 너구리) 자료 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독일에서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 라쿤(미국 너구리)이 고민거리인 가운데 라쿤 고기로 만든 소시지가 개발, 판매되면서 논란이 인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CNN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약 90㎞ 떨어진 카데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미카엘 라이스는 버려지던 라쿤 고기를 이용한 소시지와 살라미 등을 판매하고 있다.

라이스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라쿤 사냥이 허용되면서 버려지는 라쿤이 많았다”며 “친환경 국제식품박람회에 내놓을 제품을 고민하다가 라쿤 소시지를 생각해 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공무원에게 라쿤을 가공해 식량으로 만들어도 되는지 문의해 허가를 받았고 사냥 후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라쿤 고기를 가공해 만든 완자인 ‘라쿤 볼’을 만들어 박람회에 출품해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소시지와 살라미 등 7종의 라쿤 고기 제품을 팔고 있다고 한다.

그는 “유럽에서 라쿤 고기를 판매하는 곳은 나뿐”이라면서 오직 라쿤 소시지를 맛보기 위해 150㎞를 운전해 오는 사람도 있다고 자랑했다. 라쿤 고기 맛은 다른 고기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라이스는 “라쿤 소시지는 고객들에게 참신한 선택지고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인 라쿤 개체 수 증가에 대한 나름의 혁신적인 대응책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 방문객에게 매력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현재 독일에는 약 200만 마리의 라쿤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자연보호연맹(NABU)에 따르면 독일 내 라쿤은 1920년대 모피 농장을 위해 도입됐고 1934년 처음 야생에 방사됐다. 이후 뛰어난 적응력으로 빠르게 번식했다. 개체수가 폭증하면서 라쿤의 먹이가 되는 파충류와 양서류 등이 위협받자 독일의 모든 주가 개체수 관리를 위해 라쿤 사냥을 허가하고 있다.

다만 라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NABU는 무분별한 라쿤 사냥이 생태계 보존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NABU는 멸종 위기에 처한 파충류와 양서류 종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며 이러한 조치를 통해 라쿤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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