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한국기행 ‘지리산을 가다’
‘초가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몸이 젖어서 안으로 불붙는 외로움을 만드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후두두둑 나무기둥 스쳐 빗물 쏟아지거나/ 풀이파리들 더 꼿꼿하게 자라나거나/ 달아나기를 잊은 다람쥐 한 마리/ 나를 빼꼼히 쳐다보거나 / 하는 일들이 모두/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자유라는 것을/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성부의 ‘좋은 사람 때문에’ 중에서)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황금 능선을 거닐며 만날 수 있는 지리산의 모습.
E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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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간이 없어서 지리산에 가지 못했다면, 또는 조만간 처음으로 지리산을 찾을 예정이라면 EBS가 6~10일 오후 9시30분 방송하는 ‘한국기행’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하는 게 좋겠다. 우리의 아름다운 산천, 그리고 그곳에 깃든 시간과 문화의 향기를 담아내는 한국기행의 제작진과 함께 지리산을 거닐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3년 동안 지리산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강병규씨와 함께, ‘노고단의 호랑이’로 불리는 지리산 최초의 산장지기 함태식옹의 마중을 받으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5.5㎞의 황금 능선을 걷는 것으로 지리산을 호흡하기 시작한다. 비탈진 언덕에 자리잡은 다랭이 논이 눈길을 끄는 창원 마을에서는 닥나무를 활용해 3대째 전통 한지를 만들고 있는 이상옥옹 등 지리산 화전민들의 땀과 눈물을 느낄 수 있다.
지금도 서당 문화가 이어져 오고, 과거의 예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청학동(하동 묵계리)도 전설의 이상향을 더듬어 본다는 뜻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멸종 위기를 맞았으나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지리산 반달 가슴곰과도 마주할 수 있다.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 한라산의 탐라 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히는 칠선 계곡이 마지막 방문지다. 1999년부터 9년 동안 출입이 통제돼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도 1년에 4개월, 일주일에 왕복 2회 40명의 한정된 인원만 방문할 수 있는 칠선계곡의 9.7㎞ 물길을 따라가 볼 수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9-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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