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美독자들도 엄마 의미 알게 되길”

신경숙 “美독자들도 엄마 의미 알게 되길”

입력 2011-03-27 00:00
수정 2011-03-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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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내달 5일 美 출간

“미국 독자들도 우리의 엄마, 어머니의 의미를 알게 되고, 그들이 어머니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엄마’를 통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국내에 ‘엄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소설가 신경숙(48) 씨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가 그 열풍을 미국에서 이어간다. 이 소설은 ‘Please Look After Mom’이라는 제목으로 유명 출판사 크노프를 통해 다음 달 5일 미국에서 공식 출간된다.

해외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초판 10만부를 출간할 예정이며, 현지 언론 및 평단의 호평과 서점가의 기대 속에 이미 2쇄에 돌입했다. 미국 7개 도시와 유럽 8개국을 도는 북투어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남편 남진우 명지대 교수와 함께 뉴욕 컬럼비아대에 체류 중인 작가에게 27일 전화로 소감을 들었다.

그는 “한국어로 쓴 소설이니까 내가 표현한 것과 미국 독자와의 간격을 좁히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번역작품 같지 않게 잘 읽힌다는 평을 받았다”며 “번역 상태가 좋다는 것이 작가로서는 가장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행운이 있는지 미국 출판사의 에디터가 이 작품을 굉장히 좋아했고 애정이 커서 거의 1년간이나 편집 과정을 거치며 서로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며 “여러분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잘한 것 같아서 출간 이후 추이를 바라보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설의 번역은 김영하의 ‘빛의 제국’ 등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 김지영 씨가 맡았다.

’엄마를 부탁해’는 상경한 어머니가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쳐 실종된 이후의 이야기가 아들과 딸, 아버지, 어머니 자신의 눈을 통해 펼쳐지면서 어머니의 인생과 내면을 추적해 가는 작품이다.

’엄마’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되새긴 이 소설은 국내에서 출간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 부를 돌파해 지금까지 170만부가 판매됐으며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며 ‘엄마 열풍’을 이끌었다. 미국 독자들은 한국의 어머니라는 가슴 뭉클한 정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신씨는 “소설 속 어머니인 박소녀를 나 역시 한국적 어머니라고 생각했고 미국에서 과연 통할까라는 생각도 있었다”며 “그런데 읽어본 분들이 그렇게(한국적 어머니로만) 생각하지 않아 나도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한국 독자들의 반응처럼 엄마를 다시 보게 됐고,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돌아보게 됐다는 반응이어서 놀랐다”며 “엄마의 상징성이 미국에서도 소통되고 보편적 공감대를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러 한국문학 작품들이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지만 대중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는 못했다. 특히 전체 출판물 중 외국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는 미국은 더 뚫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엄마를 부탁해’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씨는 “가능하면 미국 독자들에게도 많이 읽히고 친근감 있게 소통돼 한국문학의 입구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작가로서는 부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문학에 대한 문학적 평가”라고 말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미국 문학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게 됐지만 그는 요즘 한국어와 한국문학에 대한 의미를 더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수많은 말 중에서 내가 한국어를 알아듣는 것을 보면서 모국어에 대한 생각, ‘나는 한국작가다’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며 “거리를 두니까 한국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내 책상에 앉아 새벽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웃었다.

끝으로 그는 “나 자체가 한국어로 이뤄진 사람인데, 나의 한국적 정서를 어떻게 받아줄지도 궁금하다”며 “특별한 포부라기보다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엄마, 어머니라는 말이 한국어로 어떻게 쓰이는지, 엄마, 어머니에 대해 알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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