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받는 것 고마운 것 복잡한 것

벌받는 것 고마운 것 복잡한 것

입력 2011-11-16 00:00
수정 2011-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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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스트럼이 밝힌 통증의 정체



스크린에 오래 걸리지는 못했지만 권상우·김려원 주연의 영화 ‘통증’은 통증을 못 느끼는 남자와 통증을 달고 사는 여자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그렸다. ‘별’을 쓴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말처럼 “내게는 새롭지만 지인들에게는 금세 지겨운 일”이 통증이다.

통증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통증환자 셋 중 한 사람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이토록 끔찍하지만 통증은 당해 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미국인 멜러니 선스트럼이 쓴 ‘통증 연대기’(에이도스 펴냄)는 의학에서부터 역사, 철학, 문학, 심리학 등에 이르기까지 통증 그 자체를 분석한 책이다. 통증의 역사, 관련 연구성과, 통증환자들의 경험담까지 모두 담았다. 만성통증 환자인 본인의 일기까지 합쳐놨다.

근대 이전까지 통증은 “단순한 몸의 경험이 아니라 의미와 은유로 가득한 영적 영역의 반영”이란 인식이 팽배했다. 통증을 뜻하는 ‘페인’(pain)의 어원이 처벌을 뜻하는 라틴어 ‘포이나’(poena), 되갚는다는 그리스어 ‘포이네’(poine)에서 나왔다는 점은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기에 통증은 속죄를 위한 고통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한 치과의사가 에테르를 이용한 마취법을 발명했을 때, 미국 치과의사협회장이 “통증을 방해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사탄의 활동”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근대 들어서야 과학의 발달에 따라 통증을 기계적 반응으로 보기 시작했다. 신체 손상을 막기 위해 생겨나는 것이 통증이고, 질병이나 부상이 나으면 자연스럽게 통증은 사라진다고 봤다. 이는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퍼진 인식이지만, 점점 악화되는 만성통증을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통증관은 뇌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심리적인 요인도 함께 보기 시작한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11-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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