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펴내
정치학자인 최장집(69)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철수 현상은 앞으로 그의 행적이 어떠하든 또 그것의 정치적 결과가 어떠하든 젊은 세대들의 자기 발전과 정치적 각성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최 명예교수는 저서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에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이같이 평했다.
그는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실감했다”면서 “좌절감에 빠진 젊은이들을 행해 이 사회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바꾸자고 말하는 그의 메시지는 강력했고 커다란 공감을 불러오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반신자유주의’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공허한 구호를 내세우는 것으로 일관한 진보 정당을 비롯해 기성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안철수의 메시지가 젊은 세대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었다는 게 최 명예교수의 진단이다.
대선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오늘날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가 갑자기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복지국가를 소리 높여 말하고 있다”면서 “이를 좋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정당들 간에 존재했던 어떤 신념이나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미 상처받고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사회집단들의 규모가 커지고 이들의 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 상황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다뤄야 할 ‘실제 문제’(real issue)로 “절대다수 노동인구의 사회경제적 삶의 조건이 매우 크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꼽았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정책 대안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적어도 그 내용에 있어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지난 4월 19대 총선에 대해서는 “야당 세력이 집권당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 시민들이 강한 의구심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진보 세력은 ‘지난 실패를 딛고 노동 문제를 포함해 사회경제적 사안들을 좀 더 잘 다루고 유능하게 집행할 대안적 정부가 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 강연 등을 정리해 엮은 것이다.
폴리테이아. 176쪽. 1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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