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사태 일단락… ’화쟁’ 고수한 자승과 도법

조계사 사태 일단락… ’화쟁’ 고수한 자승과 도법

입력 2015-12-10 13:53
업데이트 2015-12-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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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경찰에 자진출두 하면서 24일간 이어진 ‘조계사 사태’가 일단락됐다.

경찰은 일부 여론의 반대에도 종교시설에 공권력을 투입해서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 작전을 감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계종의 총무원장 자승(61) 스님과 화쟁위원장인 도법(66) 스님의 중재와 대화 노력이 결국 일촉즉발의 상황을 반전시켰다.

특히, 전날 자승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 이날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기자회견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자승 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고,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아 정식 스님이 됐다.

2009년 제33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첫 공식 일정으로 용사 참사현장을 방문하며 사회적 소통을 강조했다.

2012년 용산 참사와 관련해 구속된 철거민 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청원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용산참사의 비극에 대해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참사의 책임을 철거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이후에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문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립 반대와 같은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재에 나섰다.

2013년 자승 스님은 당시 불교계의 각종 추문과 일탈 행위라는 악재에도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이후 최초의 총무원장 연임 기록이다.

자승 스님은 연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자비와 화쟁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쟁(和諍)은 다양한 종파와 이론적 대립을 소통시키고 더 높은 차원에서 통합하려는 불교 사상이다. 모든 갈등과 대립을 아울러 중생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자 원효 스님이 제시했다.

조계종은 2010년 대화와 상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쟁위원회를 만들었다.

2010년부터 화쟁위원장을 맡은 도법 스님은 “한국 사회가 싸우는데 길들어 싸워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 체질화됐다”면서 “싸우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합의해서 함께 갈 수 있는 흐름을 만들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싸우지 않고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는 화쟁 사상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2013년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연임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그는 “사회적 약자 편이 아니라 진실 편에 서서 균형과 조정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게 화쟁의 기본 정신”이라고 소개했다.

이번에 한 위원장을 설득하는데 전면에 나섰던 도법 스님은 1988년 봉은사 폭력사태, 1998년 조계사 폭력사태, 2004년 국보법 폐지 기자회견, 2012년 제주해군기지 반대 참여, 2014년 이석기 무죄석방 탄원과 통진당 해산 반대 등에 참여했을만큼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도법 스님은 이번에 하루에도 수차례씩 한 위원장을 찾아 모두가 함께 살 길을 찾자며 설득을 거듭했다.

도중에 한 위원장이 말을 바꾸고 퇴거를 거부하면서 ‘순진한 화쟁위가 프로에게 당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이 자진퇴거할 때까지 한결같이 설득의 자세를 유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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