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의 일침 “할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일침 “할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1-21 17:29
수정 2021-01-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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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으로 풍족한 삶, 열심히 살고 있다”
“가난한 후손들” 독립운동 비하한 윤서인

애국지사 조병진. 영천시 공식 블로그
애국지사 조병진. 영천시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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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 1일 전국에서 올라온 민중들이 태극기를 들고 조선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일본 헌병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서울 종로 일대로 추정된다.  서울신문 DB
1919년 3월 1일 전국에서 올라온 민중들이 태극기를 들고 조선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일본 헌병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서울 종로 일대로 추정된다.
서울신문 DB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 사진을 올리며 “대충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비하해 논란이 된 웹툰 작가 윤서인. 독립운동가 후손은 “허름한 시골집을 가지고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자랑스러운 할아버지를 둔 후손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일침했다.

윤서인은 사건 초기 “논란이 된 글은 너무 짧게 쓴 게 실수”라고 사과하는 듯 했지만 광복회의 위자료 소송 예고에 “정말 이게 법원에서 인용이 될 거라고 생각하심? 이게 인용된다면 법원 문 닫아야지. 소송비 수십억은 그 가난하다는 독립운동가 후손들한테 걷으시는지 궁금?”이라며 본래의 태도를 유지했다.

더 나아가 광복회 소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가 자신을 ‘하찮은 자’라 표현했다며 모욕·명예훼손·협박을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윤서인이 올린 사진에서 친일파 후손의 집은 으리으리했다. 그에 비해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은 허름한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친일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허름한 시골집은 조병진 애국지사의 딸이 살았던 곳이었다. 조병진 선생은 경북 영천에서 ‘대한독립만세’라고 쓴 깃발과 태극기를 제작하고 1919년 3·1 운동 당시 1000여명의 사람들과 만세를 부르면서 시위를 주도했다. 일본 경찰에게 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태형 90대와 고문을 받고 불구의 몸이 됐고 1961년 서거했다. 정부는 선생의 공헌을 기려 1992년에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윤서인 독립운동가 후손 조롱 논란
윤서인 독립운동가 후손 조롱 논란
조병진 선생은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고, 현재는 모두 세상을 떠났다. 독립운동가 조병진 선생의 증손자는 20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윤서인이 비하한 독립운동가 조병진 님의 손자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최근의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조병진 선생의 손자는 “할아버지가 생활하신 시골 생가는 지금 저의 어머니가 혼자 지키고 있다”라며 “대한민국의 서민들이라면 모두가 겪었을 일제강점기 암울하고 힘든 시기를 저희 집안도 함께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장남 즉 저의 할아버지는 일제 징용에 징집되어 중국 산둥성 부근에서 징집된 지 한 달도 안 되어 전사하시는 슬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에 부역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함께 한 할아버지의 인생을 대충 살았다고 폄하한 윤서인 씨에게 묻고 싶다. 과연 잘살고 있는 친일파 후손들은 그 조상들이 자랑스러울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가슴 한구석에는 부끄러움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꼭 그러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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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서 독립운동가 이동녕(1869~1940) 선생의 손녀 이경희(앞줄 왼쪽부터)씨, 이회영(1867~1932) 선생의 손자 이종찬 우당기념관장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삼(1878~1937) 선생의 손녀 김복생씨가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낭독하고 있다. 1919년 4월 10일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상하이에 모여 지금의 국회 격인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을 세웠고 다음날인 11일 임정 내각을 꾸렸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손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3·1절이나 광복절 기념식에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초대되어 다녀오시며 자랑스러워하셨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약주 한잔하시면 독립운동을 하셨던 할아버지를 자랑하시던 아버지를 저는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손자는 “잘못된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하려 한다. 독립운동을 한 할아버지나 그 후손들은 결코 이 시대를 대충 살지 않았으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이 시대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 친일파 후손들보다 어려울지라도 정서적으로, 자랑스러운 할아버지를 둔 후손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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