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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대신 대체육 올린다…비건의 푸짐해진 명절 차례상

고기 대신 대체육 올린다…비건의 푸짐해진 명절 차례상

신융아 기자
신융아,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9-09 11:00
업데이트 2022-09-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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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들의 명절 음식 레시피
육수 대신 채수, 고기 대신 버섯 등
“모든 음식, 비건식으로 만들 수 있어”


제주에 사는 비건(고기·우유·달걀 등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는 적극적 채식주의자) 이길희(35)씨는 9일 추석을 앞두고 명절 음식으로 ‘비건 산적 꼬치’와 ‘비건 잡채’를 준비했다. 산적은 소고기 대신 대체육 떡갈비를 노릇하게 굽고 맛살 대신 빨간 파프리카와 버섯, 쪽파를 끼워 꼬치를 완성한다. 잡채엔 고기 대신 버섯을 종류별로 넣으면 식감과 풍미가 살아난다.
이길희씨가 지난 설에 만든 비건을 위한 깻잎전과 동그랑땡(왼쪽부터), 잡채, 라이스페이퍼 만두. 이길희씨 제공
이길희씨가 지난 설에 만든 비건을 위한 깻잎전과 동그랑땡(왼쪽부터), 잡채, 라이스페이퍼 만두. 이길희씨 제공
기후위기 문제로 3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한 이씨는 “처음에는 채식만 하면 건강에 안 좋은 것 아니냐며 걱정하던 부모님도 이제는 비건 떡국은 어떻게 만든 거냐며 궁금해 한다”면서 “많은 비건 분들이 음식 때문에 명절을 어려워 하는데 연근, 콩줄기 등 평소보다 더 다양한 비건 음식을 할 수 있어서 풍성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산적부터 비건 빵까지...다채로워진 명절상
비건 4년차인 배서영(34)씨도 결혼 후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 음식으로 비건 빵을 만들어 올린다. 비건베이커리 ‘홀썸’을 운영하고 있는 배씨는 계란이나 우유, 버터 등 동물성 재료는 전혀 쓰지 않고 빵을 만든다. 사찰 요리를 공부하다가 식재료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비건을 지향하게 된 배씨는 “조상님 모시는 자리에 비건 요리를 올리면 좋겠다는 시댁 어른들의 의견이 있어 준비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면서 “매번 다른 메뉴를 준비해 자연스럽게 비건 음식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배서영씨가 만든 검은콩 템페와 브로콜리, 적약파를 간장소스에 볶은 요리. 템페는 콩을 발효한 인도네시아 전통 식품이다. 배서영씨 제공
배서영씨가 만든 검은콩 템페와 브로콜리, 적약파를 간장소스에 볶은 요리. 템페는 콩을 발효한 인도네시아 전통 식품이다. 배서영씨 제공
최근 채식 인구가 많아지면서 명절 음식도 비건식으로 준비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명절 차례상에는 산적, 생선, 탕류 등 고기류가 들어간 음식이 많아 비건에겐 쉽지 않지만 최근엔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으면서도 고기맛을 내는 대체육이 개발돼 일반적인 명절 음식과 별반 차이가 없는 차례상 준비도 가능해졌다.

육수 대신 채수, 고기 대신 콩, 버섯을 활용한 조리법도 많이 공유되고 있다. 산적이나 육전을 대체육으로 만들고, 녹두전이나 빈대떡은 육수 대신 채수를, 고기가루 대신 버섯 등을 넣어 맛을 낸다.
비건 요리 전문가 배서영씨가 만든 비건 요리. 스테이크 대신 템페를 굽고, 그래도팜의 에어룸 토마토와 레몬 버베나로 만든 소스를 곁들였다. 배서영씨 제공
비건 요리 전문가 배서영씨가 만든 비건 요리. 스테이크 대신 템페를 굽고, 그래도팜의 에어룸 토마토와 레몬 버베나로 만든 소스를 곁들였다. 배서영씨 제공
채식 인구 200만 시대...대기업도 비건식품 경쟁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100% 채식으로만 차례상을 차리긴 쉽지 않지만 10년 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면 이전에는 비건 차례상이라고 하면 채소나 과일, 나물을 주로 했는데 요즘은 계란, 햄, 심지어는 참치까지도 대체육이 나와서 거의 똑같이 만들 수 있다”면서 “녹두전이나 빈대떡, 만두, 산적도 고기 없이 만들 수 있어서 제가 음식을 만들어서 올리면 주변에서 더 맛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은 비건 또는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수가 국내에 150만~200만명가량 될 것으로 추산한다. 건강 차원에서 채식을 하는 중장년·노년층과 동물보호와 환경 등을 생각해 적극적인 채식을 추구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비건식이 인기를 끌자 국내 식품 대기업에서도 잇따라 관련 제품을 잇따라 생산하고 있다. 소규모 온라인스토어를 중심으로 비건을 위한 추석 도시락 세트 등도 출시돼 눈길을 끈다.

심형석 비건소사이어티 코리아 대표컨설턴트는 “차례상에 올라가는 모든 음식이 비건식으로 가능한 시대가 됐다”면서 “자연 성분의 견과류나 과일, 콩고기뿐만 아니라 비건 인증을 받은 막걸리까지 나와 비건이든 아니든 모두가 같은 명절 음식을 즐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융아 기자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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