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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앞 “잘 먹겠습니다”, 밥값 내달란 말로 들리시나요? [넷만세]

밥상 앞 “잘 먹겠습니다”, 밥값 내달란 말로 들리시나요? [넷만세]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3-06-22 16:59
업데이트 2023-11-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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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예의 없다? 온라인 논란
“어른들과는 ‘맛있게 드세요’ 써야” 주장과
“혼잣말처럼 써도 문제없다” 의견 엇갈려
유래 등에 대한 국립국어원 어문 규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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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상견례 장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tvN 제공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상견례 장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tvN 제공
밥이 차려진 식탁 앞에서 숟가락을 들기 전 하는 말 ‘잘 먹겠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자주 쓰기도 하는 이 말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황에 따라 예의에 어긋난다는 의견과 문제없는 표현이라는 의견이 맞서면서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했다가 파혼 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말 한마디가 파혼 위기를 불러왔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와 별개로 ‘잘 먹겠습니다’라는 표현을 둘러싼 수천개의 댓글을 통해 일상적인 언어 습관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이 여자라고 밝힌 네이트판 글쓴이 A씨는 “저는 가정교육을 정말 칼같이 받고 자랐다”며 “그 중 하나가 밥 먹기 전 숟가락을 들면서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배경 설명부터 했다.

그런데 A씨는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식당에서 ‘잘 먹겠습니다’라고 했다가 크게 싸웠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그건 집에서나 하는 거고 식당에 밥 먹으러 와서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한테 사달라는 것처럼 들려서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A씨는 “내가 가정교육 잘 받은 게 맞으니 계속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 일은 더 큰 다툼으로 이어졌고 이별 위기까지 갔으나 A씨가 앞으로 식당에선 그 말을 안 하기로 약속하면서 다시 만나게 됐다고 한다.

1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결혼 얘기가 오가고 A씨가 남자친구 부모님과의 식사 자리를 갖게 되면서 다시 문제가 생겼다.

그 자리에서 긴장한 A씨는 자기도 모르게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당시엔 별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앞서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님과 만날 때 밥값을 냈지만, 이날 자리에선 식사 중간에 남자친구 어머니가 화장실 간다고 하면서 먼저 계산을 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런데 그날 밤 남자친구는 A씨에게 “정이 뚝 떨어졌다”며 이별을 고했다. 자신뿐 아니라 부모님도 A씨를 안 좋게 봤다고 했다.

특히 남자친구는 A씨가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한 게 “너무 얌체 같고 경우가 없는 것 같다고 부모님이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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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제공
밥상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제공
이 일로 크게 상처를 받았다는 A씨는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정말로 잘못된 것이냐”고 네이트판 이용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를 두고 네이트판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용자들은 “상대방한테 그렇게 말하면 사달라는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지만 묵념하듯이 혼잣말로 하면 그냥 습관처럼 들릴 것 같다”, “지금까지 신나서 잘 썼고, 지적받은 적도 없고, 내가 살 때도 많았는데 이 글 때문에 이제 신경 쓰이겠다” 등 댓글을 달았다.

반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용자들은 “보통은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지 않나”, “‘잘 먹겠습니다’가 가정교육인 건 맞지만, 취업 전 학생 정도까지도 식사를 대접하는 주체가 될 때는 달라져야 한다”, “오글거려서 저런 말 절대 안 한다” 등 의견을 남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에서도 관련 글에 5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인스티즈 이용자들은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의미로 생각해 본 적 없다. 남자친구가 유난인 것 같다”, “‘잘 먹겠습니다’가 사달라는 것처럼 들리면 ‘맛있게 드세요’는 사주겠다는 것처럼 들리나?” 등 댓글로 A씨를 옹호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용자들은 “어릴 때나 하는 말이고 어른들과의 자리나 비즈니스 상황에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투로 바꿔야 한다”, “집에선 ‘잘 먹겠습니다’라고 해도 밖에선 진짜로 누가 사줬을 때 가게에서 나온 뒤에 ‘잘 먹었습니다’라고 한다” 등 댓글을 달며 A씨를 비판했다.

다음 카페 ‘엽기 혹은 진실’에서도 “혼잣말로 하는 건 음식을 해주신 분에 대한 나름의 감사 표시로 생각할 수 있다”는 옹호론과 “어른들과 식사할 때는 ‘맛있게 드세요’가 맞다”는 비판론이 맞서는 등 여러 커뮤니티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한편 우리말에서 ‘잘 먹겠습니다’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게 된 시기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국립국어원의 질문 게시판인 ‘온라인가나다’에는 지난해 이와 관련된 질문이 올라왔지만, 국립국어원 측은 “온라인가나다는 어문 규정과 표준국어대사전을 토대로 답변을 드리고 있어 질문하신 내용에 답변을 드릴 만한 근거 자료가 따로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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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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