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미래 식량으로 ‘뱀’ 지목한 이유

뜨거워지는 지구… 미래 식량으로 ‘뱀’ 지목한 이유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4-03-18 00:01
수정 2024-03-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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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대안
성장 빠르고 단백질도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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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픽사베이
뱀. 픽사베이
세계 인구는 80억 명이 넘었지만, 식량 생산은 기후변화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뱀’이 미래의 대체 식량 자원으로 지목됐다.

호주 시드니 매콰리대 대니얼 나투시 박사팀은 15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서 태국과 베트남 농장에서 사육되는 비단뱀의 1년간 성장 속도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태국 우타라딧주와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비단뱀 농장 두 곳에서 사육되는 4601마리의 말레이비단뱀과 버마비단뱀의 성장률과 사료 전환율(FCR. 먹이 섭취량 대비 체중 증가량) 등을 분석했다.

연구팀이 비단뱀에게 야생 설치류와 어분 등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단백질 먹이를 주고 1년간 정기적으로 몸무게를 측정하고 먹이를 주지 않는 기간 중 무게 변화도 조사한 결과, 말레이비단뱀과 버마비단뱀은 먹이를 자주 먹지 않아도 12개월 동안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 성장률이 수컷보다 높았고 하루 체중 증가량은 버마비단뱀이 0.24~42.6g, 말레이비단뱀이 0.24~19.7g에 달했다.

또 20~127일 동안 먹이를 주지 않는 실험에서는 하루 체중 감소량이 평균 0.004%에 불과했고, 먹이를 다시 주면 빠른 성장세를 바로 회복했다. 사료전환율을 측정한 결과 먹이 4.1g이 체중 1g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사료전환율은 지금까지 연구된 다른 가축보다 더 높고 먹이 종류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특히 비단뱀은 전체 몸무게의 82%가 고기 등 사용 가능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뱀고기의 인기가 높으며 사육도 활발한 추세다. 가축 생산에서 어류나 곤충, 파충류 같은 냉혈동물은 소나 가금류 같은 온혈동물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비단뱀 사육이 기존 축산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 새로운 가축을 생산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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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관련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35%에 달하고, 그중 57%는 동물에 기반한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소고기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 펙셀스 제공
농업과 관련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35%에 달하고, 그중 57%는 동물에 기반한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소고기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
펙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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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량 제한 시나리오에 따른 해수면 상승 그래프. 온실 가스 배출을 강력히 제한한 시나리오(파란색)에 따르면 2150년 해수면은 20cm 상승하고, 배출을 중간 제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해수면은 50cm 상승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거의 제한하지 않은 시나리오( 빨간색)를 적용하면 해수면은 140cm 상승한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 시나리오에 따른 해수면 상승 그래프. 온실 가스 배출을 강력히 제한한 시나리오(파란색)에 따르면 2150년 해수면은 20cm 상승하고, 배출을 중간 제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해수면은 50cm 상승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거의 제한하지 않은 시나리오( 빨간색)를 적용하면 해수면은 140cm 상승한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후위기 피하려면 육류 소비 줄여라”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파리기후협약의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유한 국가의 육류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디티 무커르지 박사는 “기후변화는 대체로 불평등의 이야기”라며 “식량 소비의 형평성을 개선하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농식품 분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면서 80억 5000만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의 9% 이상을 차지하는 7억 3890만명(2022년)이 기아에 시달린다. 세계 인구 37%에 달하는 30억명 이상은 건강한 음식에 접근하기 어렵다. 또 다른 쪽에선 인류의 절반 이상인 42억명이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과체중, 비만을 유발하는 해로운 음식을 먹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보고서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식품을 과도하게 소비해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고 있다”라며 “한쪽에서는 소비자(의 잘못된) 행동이나 비효율적 공급망으로 상당한 양의 식량이 낭비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식량 부족과 기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농업기구가 제시한 청사진은 2030년까지 기아를 해결하고, 2050년 모든 인류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식량 생산 체제를 탄소 순배출원에서 흡수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보고서는 “‘모두를 위한 건강한 식단’에 집중하면 고소득 국가는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고, 저소득 국가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 기후 대응과 건강 양쪽 모두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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