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 확실시된다.
5일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영문 명칭 ‘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ated to jang making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평가기구는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유산을 심사한 뒤 그 결과를 ‘등재’(inscribe), ‘정보 보완’(등재 보류·r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등으로 구분한다.
우리 정부가 신청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등재’ 판단을 받았다.
평가기구 측은 한국의 장 문화에 대해 “밥, 김치와 함께 한국 음식 문화의 핵심”이라고 언급하며 “집마다 (맛이나 방식이) 다르며 각 가족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평가기구는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를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데, 그간의 사례를 봤을 때 등재 권고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종 등재 여부는 12월 2∼7일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리는 제19차 무형유산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장은 한국 음식의 맛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장 담그기는 고대부터 오랫동안 폭넓게 전승되는 전통 음식문화 중 하나로, 장이라는 음식뿐 아니라 재료를 준비해 장을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을 아우른다.
삼국시대부터 장을 만들어 즐겨 먹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醬庫)를 두고 ‘장고마마’라 불리는 상궁이 관리할 정도로 장을 중시했다.
콩을 발효해 먹는 문화권 안에서도 한국의 장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을 담글 때는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중국, 일본과는 제조법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메주를 띄운 뒤 된장과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만들고, 지난해에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창적인 문화로 여겨진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18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한국장류기술연구회장인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국가유산진흥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장을 “우리가 만든 이상적인 훌륭한 조미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결과에 따라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한국의 23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등재된 ‘한국의 탈춤’(2022년)까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총 22건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올해 총 58건의 대표목록 등재 신청서를 심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포함한 57건이 ‘등재’를 권고받았고, 나머지 1건은 ‘정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북한이 제출한 ‘조선 옷차림 풍습’ 역시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아 대표목록 등재가 유력하다.
북한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아리랑’(2014년), ‘김치 담그기’(2015년), ‘씨름’(2018년·남북 공동 등재), ‘평양냉면’(2022년) 등 총 4건이 있다. ‘조선 옷차림 풍습’이 등재되면 5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전망이다.
유네스코는 문화 다양성의 원천인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국가적·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고자 인류무형문화유산 제도를 운용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을 많이 보유한 국가로 분류돼 2년에 한 번씩 등재 심사를 받고 있다.
2026년에는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 등재에 도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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