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불상 CT 찍었더니… 머리서 고려시대 ‘사경’ 나왔다

조선시대 불상 CT 찍었더니… 머리서 고려시대 ‘사경’ 나왔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5-24 17:24
수정 2017-05-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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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쓴 보물급 ‘대반야바라밀다경’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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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실상사의 건칠불 좌상 머리 안에서 발견된 사경.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전북 남원 실상사의 건칠불 좌상 머리 안에서 발견된 사경.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선시대 불상 머리에서 고려시대 사경(寫經·종이에 옮겨 쓴 불경)이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실상사와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전북 남원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된 조선 건칠불(乾漆佛·흙으로 만든 뒤 삼베를 감고 옻칠을 반복해 완성한 불상) 좌상 머리 안에서 14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경이 발견됐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건칠불 좌상을 지난해 경북 포항 성모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3D CT) 장비로 촬영한 결과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쓴 ‘대반야바라밀다경’(대반야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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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을 CT로 촬영한 결과 머릿속에 사경이 접힌 채로 들어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불상을 CT로 촬영한 결과 머릿속에 사경이 접힌 채로 들어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가로 11.8㎝, 세로 30.6㎝ 크기의 사경은 전체 600권으로 엮인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제396권이다.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절첩장 형태(折帖裝)로 돼 있고 은가루로 섬세하게 보상화, 당초 무늬를 그려 넣은 표지에 금가루로 ‘대반야경’이라고 표시돼 있다. 사경의 끝부분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부친의 명복을 빌고 집안의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사경으로 보인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장은 “제작 시기를 14세기로 보는 이유는 당시 사경에 주로 쓰인 송설체(중국 원나라 조맹부의 서체)로 쓰인 데다 표지에 그려진 꽃 문양, 책을 제본한 상태,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글씨를 쓴 것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쓰고 절첩장 형태로 책을 엮은 경전은 현재 국내에 넉 점만 남아 있고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어 이번에 발견된 사경도 보물급 유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실상사 사경과 가장 비슷한 형태는 경주 기림사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사경 세 첩이다. 고려 충목왕 4년(1348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경은 보물 959호로 지정돼 있다. 연구소는 이번에 실상사 건칠불 좌상과 함께 실상사의 보광전에 있는 건칠보살입상도 3D CT로 촬영해 두 불상이 15세기 전후 같은 양식으로 만들어진 삼존불임을 밝혀냈다. 나머지 건칠불은 동아대가 소장하고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5-2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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