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제주만 앓고 있는 병이 아닙니다”

“4·3은 제주만 앓고 있는 병이 아닙니다”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3-27 23:06
업데이트 2018-03-2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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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현기영 작가, 4·3사건 70주년 TV 캠페인 참여

전국적·세계적인 관심 필요
생명·평화에 대한 화두 되길
제주4·3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순이 삼촌’을 쓴 현기영 작가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제주4·3 제7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창창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어릴 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무덤만 보면 눈물겹다. 지금 그 죽음들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주4·3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순이 삼촌’을 쓴 현기영 작가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제주4·3 제7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창창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어릴 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무덤만 보면 눈물겹다. 지금 그 죽음들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1948년에 일어난 제주4·3 사건은 70년이 지나도록 마치 제주도만 앓고 있는 병처럼 되어 있죠. 하지만 제주를 병들게 한 것은 누구입니까. 육지에서 파견된 경찰이고 군대입니다. 변방에서 바라보듯 아무 생각 없이 이 사건을 바라봐선 안 됩니다. 70주년을 맞아 4·3 사건을 본토에 상륙시키고 더 나아가 그 관심이 전국화, 세계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금기시됐던 제주4·3 사건을 세상에 널리 알린 소설 ‘순이 삼촌’(1978)을 쓴 현기영(77) 작가가 특별한 광고에 출연했다. 4·3 사건 70주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가 기획한 TV 캠페인 광고에서다. 제주 출신인 영화감독 양윤호, 오멸, 한재림 등 3명이 각각 자신의 개성을 담은 짤막한 영상을 제작했는데 현 작가는 한 감독이 연출한 광고에 내레이션을 맡았다. ‘순이 삼촌’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영상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 힘겹게 어디론가 길을 떠나는 사람들과 이들의 뒤를 따르는 군인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 위로 “떼죽음당한 마을이 어디 우리 마을뿐이던가. 이 섬 출신이거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하리라”라는 소설의 한 대목을 읊조리는 현 작가의 목소리가 더해진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작가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국민이 ‘국가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듯 4·3 사건 역시 국가와 생명에 대해 운명적으로 묻는 사건”이라면서 “모쪼록 4·3 사건이 죽음이 아닌 생명을 옹호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로 나아가는 중요한 화두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군인들이 사람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부 장면 등이 캠페인 광고 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이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만 볼 수 있다.

현 작가는 새달 6일에는 광화문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4·3 사건을 그린 대하소설 ‘화산도’를 쓴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93)과 함께 ‘4·3에 살다’라는 제목 아래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현 작가는 “오랜 친구인 김 작가가 쓴 ‘화산도’는 4·3 사건과 해방 직후 역사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우리 둘이 만난 자리에서는 4·3 사건을 그저 애도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분단을 반대하고 통일 국가를 원했던 민중들의 항쟁 이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3-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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