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드맨’을 연출한 하준원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7일 개봉한 영화 ‘데드맨’을 연출한 하준원(48) 감독이 지난달 31일 인터뷰에서 조심스레 밝힌 내용이다. 돈을 받고 이름을 파는 이른바 ‘바지사장’을 취재하다 실제로 그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도 마주했단다. 이 일화는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화는 바지사장으로 일하는 만재(조진웅)가 누명을 쓴 뒤 위기에 몰렸다가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김희애)의 도움으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치권, 회사 실제 소유주인 ‘쩐주’, 조직폭력배 등이 얽히는 바지사장의 은밀한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느 날 자기 이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과 책임이라는 두 화두를 담으려 바지사장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외국에는 ‘바지사장’이라는 단어가 없다. 그야말로 한국만의 특징”이라면서 “자신이 과연 이름대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자기 이름의 가치에 대해 곱씹게 되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영화 ‘데드맨’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하 감독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땡볕’(1984) 등을 연출한 하명중 감독 아들이자, 봉준호 감독과 ‘괴물’(2006) 각본을 같이 쓴 이로도 알려졌다. 하 감독은 어릴 적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영화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를 공부하던 친형이 찍은 단편을 본 뒤 영화에 매료돼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강사로 온 봉준호 감독을 만나 수업을 듣다 인연을 맺었다. 이번 영화와 관련 “봉 감독께서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캐스팅을 고민해주고, 장면 하나하나를 피드백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값에 대해 “부담스럽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덤덤한 편이다. 오히려 늘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데뷔는 늦었지만 “아버지처럼 앞으로 저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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