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김상혁·박준·송승언·심보선·안미옥·박세미·유계영·임솔아 등 반려견과 함께 사는 스무 명의 시인이 쓴 40편의 시와 20편의 짧은 산문이 담겼다. 시인이 반려견과 같이 찍은 가슴 뭉클한 사진도 있다.
나의 개를 처음 만나던 순간을 시인은 이렇게 기억한다. ‘너를 만나 내가 바닥이라 믿고 있던/것이 무너졌어 그렇기에/비로소 나는 날아올랐지/빛이 드는 쪽으로 한 걸음 더/’(강지혜 ‘여섯 개의 작은 발로’ 부분) 지극히 사적이지만, 역사적이었던 첫 만남 이후의 나는 그 전의 나와는 다른 존재다. ‘혼자서는 몰랐을 길을 걸을 때나/혼자서는 맞지 않았을 비에 흠뻑 젖을 때에도/메리와 함께 기쁘다 언닌’(남지은 ‘기척’ 부분)
그러나 인간의 삶은 길고 개의 삶은 짧아서, 거의 매번 떠나는 뒷 모습을 보는 건 인간이다. 먼저 간 개에게 시인은 말한다. ‘다음생이 있다면/죽지 않는 나라에서/계속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이다음에는/너의 개가 될게’(민구 ‘이어달리기’ 부분)
구구절절 아린 마음을 주체하기 힘든데 또 그만큼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아침달에서는 ‘나 냥 있음에 감사하오’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냥집사들을 위해서.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