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신디 메스턴 외 지음 사이언스 북스 펴냄
“그 남자가 풍기는 냄새와 눈빛에 끌렸습니다.” “하고 나면 편두통이 싹 사라져요.” “신과 합일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어요.” “남자가 춤을 잘 추면 침대에서도 끝내준다는 속설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다른 애들의 부러움을 사려고 우리 대학 최고의 인기남과 잤어요.”이상은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정병선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의 일부분이다. 저자인 신디 메스턴과 데이비드 버스는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다. 메스턴은 여성의 성애와 관련된 심리 생리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진화 심리학자인 버스는 인간의 짝짓기 전략을 연구하는 1급 과학자로 두 사람은 여성의 성애에 관한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완벽한 한 쌍이다.
메스턴과 버스는 ‘여자는 왜 섹스를 하는가.’와 같은 중요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즐거움을 누리고자, 사랑을 표출하기 위해, 그리고 번식을 목적으로 섹스한다고, 즉 이미 답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5년간 3000명이 넘는 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섹스를 하는 이유는 적어도 237가지가 넘었다. 이 동기들은 세속적인 것(“지루해서요.”)에서 영적인 것(“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습니다.”)에 이르렀으며 이타적인 것(“내 남자가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것(“나 몰래 바람을 피운 남편을 응징하고 싶었다.”)까지 다양했다.
책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실제 생활에서 겪는 성적 만남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성에 관한 연구인 성 과학(sexology)이 내놓은 가장 유명한 보고서는 1940~50년대에 나온 ‘킨제이 보고서’다. 인류의 성 활동을 채집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사 연구서다. ‘여자가 섹스를’은 여성판 ‘킨제이 보고서’인 셈이다.
두 과학자는 2006년 6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킨제이 연구진처럼 면접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저자들은 “성 활동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이 눈 밝은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두 과학자는 여성 잡지에 나오는 많은 성 관련 기사처럼 ‘성 지침서’로 책을 쓴 것은 아니다. 흔히 ‘떡 친구’로 묘사되는, 데이트 따위는 필요없이 섹스만 하는 관계에서 여성들이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 통계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미묘한 성 심리에 대한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9-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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