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지식인들의 맨목소리

춘추전국시대 지식인들의 맨목소리

입력 2011-11-12 00:00
수정 2011-11-1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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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시리즈 - 철학의 시대·관중과 공자】강신주 지음 사계절 펴냄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맨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나라, 한제국의 관급 사학자들이 덧칠하고, 가리려 했던 제자백가,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지식인들의 맨 목소리와 낯선 모습을 철학자 강신주는 벗겨내고 드러내 보이려고 시도한 것이다. 강씨는 모두 12권으로 기획된 제자백가 시리즈(사계절 펴냄) 가운데 프롤로그격인 1권 ‘철학의 시대’와 2권 ‘관중과 공자’를 선보였다.

이번 시리즈에서 관중을 비롯해 공자, 손자, 오자, 묵자, 양주, 상앙, 맹자, 노자, 장자, 혜시, 공손룡, 순자, 한비자 등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을 모두 불러냈다. 저자는 1권에서 “당시 그들의 삶과 사유가 어떤 조건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밝히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들의 삶과 생각이 전개되는 문맥과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고대 중국인들의 삶과 사유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1권의 1부에서는 잔혹한 신정국가인 상나라와 이를 뒤엎고 인문주의 정신에 기초해 국가를 운영하려 했던 주나라를 비교해 소개했다.

이어 ‘주역’, ‘춘추’, ‘시경’ 등 3권의 저서를 춘추전국시대를 이해하는 핵심 저서로 꼽았다. 춘추는 당시 지배층의 속내를 가장 잘 보여주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정치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경은 사람들의 생활상과 삶의 속살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며, 주역은 서주(西周) 시대부터 춘추시대를 관통했던 고대 중국인의 종교적 사유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권 ‘관중과 공자’는 제목에서부터 공자보다 관중을 앞에 놓았다. 한 제국이 부여했던 제자백가의 아우라,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그들의 진정한 면모를 대면하기 어렵다는 저자의 역설을 읽을 수 있다. 관중은 춘추전국시대 정치사상의 기본적인 틀을 만든 사상가이고, 공자는 관중처럼 되고 싶어했고, 관중으로부터 많은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공자를 제자백가의 시작으로 보는 것도 한나라의 통치철학과 유학에 의해 덧칠해진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하나 하나 개별 사상가들의 사상을 따로 떼어 보기보다는 제자백가라는 전체의 그림 속에서 사상가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제자백가에게 다음과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주의로부터 아나키즘까지, 우주의 광대한 비밀에서부터 인간의 깊숙한 내면까지, 실재론에서 유명론까지, 논리학에서부터 수사학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밟지 않은 사유의 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들의 사유야말로 철학의 시작이자 미래일 수 있다는 확신을 보다 강하게 갖게 됐다.” 각권 1만 5000원.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2011-1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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