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넘어 문화가 된 이케아 한국인 생활방식도 바꿀까

가구를 넘어 문화가 된 이케아 한국인 생활방식도 바꿀까

입력 2012-06-16 00:00
수정 2012-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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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엘렌 루이스 지음 이마고 펴냄

1951년, 스웨덴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가구 디자이너가 차 트렁크에 탁자를 집어넣으려고 애쓰고 있다. 아무리 해도 안 되자 그는 무심코 “다리를 잘라 상판 아래 붙이자.”고 내뱉는다. 이게 플랫팩(flat pack) 가구가 발명되는 단초가 됐다. 그 사내는 당시 신생 가구회사였던 이케아의 디자이너 일리스 룬드그렌이었다. 그는 ‘부품들을 납작한 상자에 포장해 운반하고 소비자가 직접 조립한다.’는 플랫팩 콘셉트를 가구 디자인에 도입했고, 단박에 이케아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는 또 가구산업의 전 단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낭비되는 공간을 없애 보관과 운송 비용을 대폭 낮췄고, 조립 과정을 소비자에게 떠넘겨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었다. 가격 우위뿐 아니라 소비자의 참여라는 독특한 부수효과도 낳았다.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엘렌 루이스 지음, 이기홍 옮김, 이마고 펴냄)은 아바(ABBA)와 볼보를 제치고 스웨덴 최고의 수출품 자리를 차지한 이케아의 성공 신화를 분석한 책이다. 이케아의 전·현직 직원과 각계 전문가 인터뷰, 여러 공식·비공식 문건 등을 통해 베일에 가려졌던 이케아의 이면을 들춰낸다. 다만 제목에서처럼 ‘거대한 무언가에 가려진’ 진실은 사실상 없고, 이케아가 성공에 이르게 된 지난했던 길을 훑고 있다고 보는 게 적확하겠다.

이케아는 이제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이케아의 카탈로그는 연간 1억 9000만부 이상 발행되고, 매일 150만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는다. 유럽인의 10%가 이케아 침대에서 ‘잉태’된다는 추정치도 있다. 땅값이 싼 도시 외곽의 매장까지 교통체증에 생고생하며 찾아간 뒤 축구장 8개 넓이의 매장(중국 베이징)을 꼼꼼하게 뒤져 물건을 사야 하는 ‘불편함을 제공하는 회사’가 일궈낸 성적이다. 그뿐인가. 길게 줄을 서 계산을 하고, 다시 차에 끙끙대며 싣고 돌아와 스스로 조립을 해야 한다. 도대체 이토록 소비자에게 불친절한 기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케아의 정말 뛰어난 점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아니라 가격에 비해 훨씬 비싸 보이게 만드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극도로 슬림한 조직과 싸디싼 원자재 선택, 단 한 푼의 낭비 없는 운영비 관리 등 ‘이케아 방식’도 큰 몫을 했다.

책은 창업주이자 ‘이케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잉바르 캄프라드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싼 가구를 파는 회사이면서 정작 창업주는 유럽 제일의 부호(미국의 빌 게이츠보다 많다는 견해도 있다) 소리를 듣는 불편한 진실, 젊은 시절 나치주의자로 활동한 전력, 알코올 중독자와 경계가 모호할 정도의 애주가란 점 등 이면의 이야기들도 가감없이 담았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2-06-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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