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 詩 한편이 내게로 왔다

울고 싶을 때… 詩 한편이 내게로 왔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4-11 22:00
수정 2017-04-11 22:3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출판사 창비의 詩 앱 ‘시요일’
원하는 소재·주제 따라 검색
“종이책 살리는 플랫폼 될 것”


‘혼술’을 할 때, 울고 싶을 때,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어떤 시를 읽으면 좋을까.
이미지 확대
지금까지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시집을 한참 뒤적여야 얻을 답이었다. 분위기, 감정, 날씨, 기념일, 원하는 소재와 주제 등에 따라 맞춤한 시를 찾아 즐길 수 있는 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독자들과 만난다. 출판사 창비가 11일 첫선을 보인 ‘시요일’이다.
이미지 확대
‘세상의 모든 시, 당신을 위한 시 한 편.’ 앱에 들어가면 가장 첫 화면에 뜨는 이 문구대로 ‘시요일’은 독자들이 어떻게 원하는 시를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현재 406번까지 출간된 창비시선, 창비 단행본 시집, 동시집, 청소년 시집 등 3만 3000여편의 시가 포진해 있다.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정지용, 이상, 오장환, 김영랑, 김수영 등 국내 대표 근대 시인뿐 아니라 고은, 신경림, 정희성, 천양희, 김사인,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문태준, 김선우, 박연준, 오은, 안희연 등 현재 활동하는 원로부터 중견·신진 시인들의 작품과 손쉽게 교감할 수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염종선 창비 편집이사는 “한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인 시가 여러 매체 환경의 변화로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시라는 좋은 콘텐츠와 모바일 기기를 결합한 새로운 문학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으로 시를 소비하지 않는 풍토가 생겼다고 하지만 최고의 문자 예술이자 단문 콘텐츠인 시가 외려 모바일, SNS에 최적화된 장르라는 역발상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키워드, 태그를 통한 시 검색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운 시요일에서는 오늘의 시, 테마별 추천시, 낭송시 등도 취향대로 감상할 수 있다. ‘좋아요’ 누르기, 댓글 달기, 공유하기, 스크랩하기 등의 소셜네트워크 기능도 갖추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로 마음을 전할 수도, 내가 애송하는 시를 따로 스크랩해 주문형 출판(POD)으로 ‘나만의 시집’을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출판 시장에서는 초판만 찍고 숨을 이어 가지 못하는 책이 전체의 80~90%에 이르고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신간이 유통되는 기간이 3~6개월 정도로 짧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 앱은 ‘종이책의 위기’를 부추기는 촉진제가 되진 않을까.

‘시요일’ 출시를 주도한 박신규 창비 편집위원은 “앱을 통해 시를 향유하는 독자들이 늘면 책의 물성을 포기할 수 없는 독자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앱이 종이책을 죽이는 게 아니라 종이책 시장을 살리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앱은 4월 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후에는 월 이용료 3900원 등 유료로 전환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4-12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