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죽은 자를 대하는 방식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죽은 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묘지를 삶터의 근처에 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대화를 거치면서 묘지는 서울에서 멀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죽음이 우리의 삶에서 멀어진 건 아니다. 저자는 도시인들이 대중문화를 통해 끊임없이 ‘유사 죽음’(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의 죽음)을 경험하지만 정작 실제로 마주한 죽음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에 주목한다. 묘지를 도시 밖으로 밀어낸 서울과 달리 프랑스 파리의 묘지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파리 시민들은 도심 한복판의 공동묘지를 즐겨 찾으며 이곳에서 데이트와 산책을 하고, 길을 멈춰 망자에게 애도를 표하기도 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7-1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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