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들이 빼돌린 검은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세계 최고 부자들이 빼돌린 검은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7-02 20:32
수정 2020-07-0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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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랜드/올리버 벌로 지음/박중서 옮김/북트리거/448쪽/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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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북서부 핀칠리의 우드베리 그로브가에 폼폴로 유한회사라는 곳이 있었다. 그다지 유명한 회사는 아니지만, 사람들 모르게 많은 돈이 오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직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는 폼폴로 주요 고객 중 한 명이었다. 로버트 뮬러가 지휘한 미국 특별검사국의 기소장에 따르면 매너포트는 여러 개의 역외 은행 계좌를 통해 약 7500만 달러(약 900억원)를 폼폴로 같은 회사들을 통해 세탁했다. 이 돈은 온갖 비리를 저지르다가 국민에게 쫓겨난 전직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위해 일하면서 받은 돈이다.

영국 탐사 언론인 올리버 벌로는 ‘머니랜드’를 통해 검은돈의 흐름을 알려 준다. 책 제목 ‘머니랜드’는 부정하게 부를 얻은 세계 대부호들이 조세 당국의 눈을 피해 은닉해 두는 가상의 비밀 국가를 의미한다. 책은 저자가 야누코비치 같은 부정한 정치인들의 돈을 좇아간 결과를 생생하게 실었다. 스위스 은행, 파나마의 유령 회사, 영국령 저지섬의 신탁사, 리히텐슈타인 재단 등 검은돈이 몰리는 각종 ‘하수구’를 소개한다.

저자는 전 세계 사법담당구역의 규제 및 제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김없이 틈새가 존재하고, 이 틈새를 비집고 검은돈이 ‘역외’(offshore)로 몰려든다고 설명한다. 물리적으로는 국내에 현존하지만, 법적으로 역외에 경제적 실체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또 머니랜드에는 악당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도둑 정치가를 돕는 폼폴로 같은 회사, 브로커, 그리고 여러 사기꾼 등이 등장한다.

자칫 머니랜드 따위, 나한테 직접적인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수가 절실한 빈국일수록 국내총생산(GDP) 대비 더 큰 비율로 세금 탈루가 발생한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벌로는 강조한다.

“머니랜드는 조용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수백만명을 가난하게 만드는,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독재자가 자국을 약탈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라고.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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