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만들어 낸 작은 우주

연필이 만들어 낸 작은 우주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7-16 18:10
수정 2020-07-17 01:4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연필 제작 과정. 몸통을 우선 만든 뒤 연필심을 넣는다고 생각하게 마련인데, 실제로는 목재 위에 홈을 파고 연필심을 넣은 뒤 목재를 덮어 접착한 다음 잘라 내 만든다. 서해문집 제공
연필 제작 과정. 몸통을 우선 만든 뒤 연필심을 넣는다고 생각하게 마련인데, 실제로는 목재 위에 홈을 파고 연필심을 넣은 뒤 목재를 덮어 접착한 다음 잘라 내 만든다.
서해문집 제공
연필/헨리 페트로스키 지음/서해문집/608쪽/2만 2000원

영국 수수께끼 하나. “나는 광산에서 태어났습니다. 평생 나무 상자에 갇혀 절대로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나를 잘 쓰고 있습니다.” 정답은 ‘연필’. 머릿속에 있는 것을 구체화해 주는 신기한 물건. 작가의 글, 미술가의 그림을 비롯해 모든 예술작품의 시작. 스마트폰에 전자 펜까지 쓰는 세상이지만, 연필은 여전히 인류의 발명품 가운데 독보적이다.
이미지 확대
세계적 공학자인 헨리 페트로스키의 대표작 ‘연필’은 별별 연필 이야기를 다 모은, 그야말로 ‘연필에 관한 모든 것’이다. 예컨대 연필심은 어째서 흑연인지, 몸통은 왜 삼나무를 쓰는지, 왜 삼각형이나 팔각형이 아닌 육각형으로 만드는지 등등.

저자는 연필의 구조에 관해 핵심은 심의 끝이며, 나머지는 이를 위한 하부구조라고 설명한다. 거대한 교량과 마찬가지로 연필은 이 끝부분을 버티기 위한 최적의 구조를 갖췄다. 그리고 연필심은 비슷한 모양으로 부러지는데, 그 이유 역시 공학이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1921년 내과 의사 아먼드 해머가 연필의 불모지 소련으로 진출한 과정, 연필 제조 기술자 스카우트 전쟁,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연필 사업을 한 이유, 연필 한 자루로 그을 수 있는 선의 길이(50㎞) 등을 잇달아 풀어놓는다.

연필의 발명부터 연필 제조, 관련한 공학이론과 생산기법 등 연필에 관한 역사는 물론 연필의 문화사를 다룬다. 연필 하나로 600쪽에 걸쳐 기나긴 탐험을 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연필을 만든 세계는 작은 우주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07-17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