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로 듣는 세계사/앨릭스 마셜 지음/박미준 옮김/틈새책방/560쪽/2만 2000원
올림픽 금메달의 특별한 순간부터 TV 정규방송이 끝나는 일상적인 시간까지 국가는 나라의 상징으로 당연한 듯 연주된다. ‘국가로 듣는 세계사’는 그러한 국가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자리잡았는지 알아본다. 음악과 정치에 관한 글을 써 온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코소보, 미국, 영국 등 11개국 국가의 기원을 하나씩 찾아간다.
세계 최초의 국가라 할 만한 노래는 1570년쯤 오늘날 네덜란드에서 탄생했다. 당시 군인, 부녀자, 농부 할 것 없이 부른 노래는 하나의 대의를 믿게 하는 힘을 넘어 국민 국가까지 탄생시켰다.
단합이 아닌 갈등과 논쟁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 기미가요의 경우가 그렇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 교육청은 국가 연주 시 기립을 강요했고, 이를 거부한 교사와 국가 사이에서 고민하던 한 학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제국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프랑스의 ‘라마르세예즈’에 대해서도 프랑스 여행을 하며 국가의 현재적 의미를 고민한다.
내친김에 저자는 다른 나라 국가 만들기에도 도전한다. 스위스가 공모한 새 국가 콘테스트에 응모한 것이다. 아무리 독창적인 것을 생각해 봐도 가사는 나아지지 않았다. 위대한 국가들은 공모가 아닌 ‘우연의 산물’이었음을 깨닫는다. 또는 나라가 곧 침략으로 망할 수 있는 순간에 쓴 곡들이기에 가슴을 후벼 파는 멜로디와 생생한 가사가 나올 수 있었다.
한국어판 서문에는 애국가를 언급한다. 안익태의 곡 전에 한국 국가는 몰디브와 같은 스코틀랜드 가곡이었다. 저자는 한국 역사에 더 가까운 노래로 애국가가 아닌 남북 모두가 부르는 아리랑을 꼽는다. 하나의 국민으로서 한국인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남북 단일팀 결성 때 이 곡이 연주된다는 해석도 덧붙인다.
2021-08-13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