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문화·생산도 일등인데… 종주국 자리 못 찾는 한국

미역문화·생산도 일등인데… 종주국 자리 못 찾는 한국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2-02-17 17:34
업데이트 2022-02-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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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생일 때 미역국 먹는 문화
한국인 DNA처럼 각인된 유산
신라 이전부터 섭취 문헌 기록
상식 소비·생산량도 글로벌 1위
日 표기 ‘와카메’로 세계서 통해
미역문화 발상지 지위 찾아야

미역인문학/김남일 지음/휴먼앤북스/408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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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전통적으로 산모가 아기를 낳은 뒤에 미역국을 먹었다.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습속도 여전하다. 이에 대한 역사적 근거가 8세기 당나라에서 발간된 ‘초학기’에 나온다. “고려 사람들은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뜯어 먹은 뒤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 이 책은 산모가 미역을 먹는 것을 해산으로 인한 부기를 빼고 손실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절반만 유효한 해석이다. 아기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삼칠일, 그러니까 21일 동안 삼신할머니에게 미역을 바치는 일종의 제의적·상징적 의미가 담긴 문화유산이란 것까지 파악해야 완전한 답이 된다.

‘미역인문학’은 이처럼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한국인의 DNA에 깊이 각인된 미역을 해양문화사 측면에서 조명한 책이다. 미역 문화의 탄생부터 문학 속의 미역, 생태학적 위치, 미역 유통으로 본 ‘미역길’(켈프 로드, Kelp Road) 등 미역과 관련된 다양한 담론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미역을 먹는 민족이다. 일본이나 중국, 하와이 등에서도 미역을 먹지만 상식하는 곳은 우리와 일본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해조류 소비량의 45%가 김인 것에 견줘 한국에선 75%가 미역이다. 역사적 연원도 깊다. ‘초학기’에서는 “고려 사람들”이 미역을 먹었다고 했지만, 삼국유사 ‘연오랑세오녀’ 편에 따르면 우린 이미 신라 이전부터 미역을 먹고 있었다. 미역 문화의 역사성이나 활용도 등에서 우리가 압도적이란 것을 알려 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런 여러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를 ‘미역 문화의 종주국’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역은 건강 음식에 대한 열풍을 타고 세계적인 ‘내추럴 슈퍼푸드’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한데 우리가 미역 종주국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를 반추할 만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2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전망대’라는 사이트에 랜싯8 인공위성이 촬영한 한국의 남해안 사진을 올렸다. 해조류 양식장 규모가 얼마나 큰지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런 소개글도 덧붙였다. “한국 산모들이 빠른 회복을 위해 미역국을 먹는 풍습이 있고, 한국인의 생일 음식으로 보편화돼 있다. 스시를 위한 노리(nori·김의 일본어)는 세계 1위의 수출량을 차지하고 있다. 해조류 양식은 친환경적이며, 해조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매우 정확한 인식이다. 그러나 NASA의 인식이 세계의 인식으로까지 확대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더구나 김을 ‘노리’라고 표현한 것에서 보듯 우리가 해산물 표기에서 여전히 일본의 영향력을 따라잡지 못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톳은 히지키, 미역은 여전히 와카메로 통한다.

저자는 “미역 문화의 발상지로서 와카메가 아닌 미역(miyeok)으로 표기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며 “국가중요어업유산인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어업’은 세계식량농업기구의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전통 해조류 식문화와 어촌공동체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각각 등재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책에 나오는 동남해안의 미역에 대한 조사는 광범위한 것에 견줘 서남해안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것이 아쉽다. 추후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보강되길 기대한다.
손원천 기자
2022-02-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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