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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리운전·심부름… 여섯 식구 ‘플랫폼 생존기’

배달·대리운전·심부름… 여섯 식구 ‘플랫폼 생존기’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2-03-17 17:30
업데이트 2022-03-1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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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이서수 지음/은행나무/344쪽/1만 5000원

각자 삶에서 불안 느끼는 사람들
생계형 배송·대행 업무 뛰어들어
가족의 힘·여성 연대로 구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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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 ‘수경’은 타인과 얽힐 일이 없다는 이유로 택배 배송 일을 택한다. 소설은 이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연대를 그린다. 북스피릿 제공
소설 속 주인공 ‘수경’은 타인과 얽힐 일이 없다는 이유로 택배 배송 일을 택한다. 소설은 이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연대를 그린다.
북스피릿 제공
플랫폼 노동은 근로자를 사업자라 하고, 고용주를 중개자라고 칭한다. 그렇게 사업자가 된 근로자는 노동의 시간과 양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중개만 하는 고용주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 같은 플랫폼으로 일을 시킨다. 산업재해 처리도 안 되고, 작업 비용도 자기가 다 감당해야 한다. 소설가 이서수는 플랫폼 노동이 근로자를 ‘현대판 노예’ 혹은 ‘사이버 프롤레타리아’로 만드는 구조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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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서수
소설가 이서수
그는 2020년 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로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받으며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중요한 자산”이라는 평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단편 ‘미조의 시대’로 이효석문학상까지 거머쥐며 문학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로 급부상했다.

‘헬프 미 시스터’는 이효석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문학의 힘을 빌려 전해야 할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둔다”고 밝혔던 이 작가의 신작이다. 그는 이번 소설에 여성 노동자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전작인 ‘미조의 시대’가 생존의 고통 속에 시름하는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했다면 이번에는 나이대가 제각기 다른 여성 인물들 그리고 삼대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족을 등장시켜 그들을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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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전업투자자이자 경력단절자인 우재는 대리운전을 한다. 소설은 이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연대를 그린다. 북스피릿 제공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전업투자자이자 경력단절자인 우재는 대리운전을 한다. 소설은 이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연대를 그린다.
북스피릿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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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할 직장 없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던 천식은 뚜벅이 음식 배달을 한다. 소설은 이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연대를 그린다. 북스피릿 제공
이렇다 할 직장 없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던 천식은 뚜벅이 음식 배달을 한다. 소설은 이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연대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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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웠던 회사 동료에게 약물 성범죄를 당할 뻔한 뒤 회사를 그만둔 수경, 그런 딸의 곁을 지키는 엄마 여숙, 사기를 당하고 딸의 집으로 들어온 아버지 천식,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큰 전업투자자 남편 우재, 수경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조카 준후와 지후, 수경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틴챗’ 유저 은지와 수경을 위해 ‘투쟁’하는 보라까지. 수경의 상처는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불안한 존재라는 것이다. 30대인 수경은 범죄 피해자이지만 제 손으로 회사를 그만둔다. 회사가 그를 ‘녹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동사할 때까지 품고 있을 수도 없는, 독극물이 가득 차 있는 얼음’으로 치부하기 때문. 수경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를 칼로 찔러 죽이자. 이런 분노를 안고 사느니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게 낫지’라며 고통에 허덕이면서도 ‘그러면 누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지’라는 근원적인 고민을 하는 존재다. 60대 여숙은 평생 2평짜리 방 한 칸에서 맴돈 것 같은, 시대에 저항해 보지 못한 인물이다. 10대 은지는 ‘틴챗’에서 자신의 사진을 산 낯선 남자들에게 신상 폭로 협박을 받을 수 있다는 상상에 시달리고, 20대 보라는 ‘여자가 남자보다 무해하다’고 느끼고 그런 감정이 사랑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물음표를 안고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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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의 가족은 생계유지를 위해 자차배송, 뚜벅이 배달, 대리운전, 여성을 위한 심부름 대행 앱 ‘헬프 미 시스터’ 등 각자 할 수 있는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다. 15평짜리 낡은 빌라에 사는 여섯 식구와 그 집을 오가는 두 여성의 좌충우돌 플랫폼 노동 도전기는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족의 온기와 여성의 연대가 서로를 구원해 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것이 “볕들 날 없는 일상에서도 기어이 윤슬 한 조각을 찾아낸다”고 추천사를 남긴 소설가 박상영이 발견한 반짝임이다.



윤수경 기자
2022-03-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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