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친부살해 소설로 재해석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친부살해 소설로 재해석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2-11-04 09:29
업데이트 2022-11-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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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호 ‘토템과 터부’...우주, 남극 소재 출생 비밀 추적

미국 라이스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박준열은 휴스턴 우주센터에서 우주 비행사들에게서 발현한 이상 심리증세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비슷한 시기 한국총영사관은 천재 수학자 최수혁에게 남극 기지에서 일어난 동료 간 살인사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둘을 부른 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천강일이었다. 오일쇼크 사태에 따라 핵융합 기술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우주탐사를 통해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려 대통령이 되려는 야망에서였다. 그러나 잔혹한 운명의 굴레는 이들을 그대로 두질 않는다. 조사를 시작한 준열과 수혁은 자신들의 출생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선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 조셉 캠벨 등 심리학자의 세계관과 신화의 상징을 연구한 한은호 작가는 최근 출간한 소설 ‘토템과 터부’(나남)에서 ‘친부살해’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소설의 제목은 친부살해 신화와 근친상간과 살인을 금지하는 법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는 내용의 프로이트가 낸 논문집 제목에서 따왔다.

한 작가는 준열과 수혁, 강일의 얽히고설킨 인생을 펼치며 친부살해 신화를 펄쳐낸다. 준열과 같은 보육원 출신인 김은영 기자가 비밀을 파헤치고, 결국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야 만다. 친부살해와 동시에 우로보로스 상징은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어다. 우로보로스는 뱀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자신의 꼬리를 무는 형상을 가리킨다. 친부살해의 죄를 지은 인간의 벌은 당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남은 이들이 이 우로보로스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잔혹한 운명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겼다.

출생의 비밀로 달려가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지지만, 신화와 각종 상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까닭에 사건 간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맥이 풀리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우연과 광기, 죄와 벌, 그리고 이를 촉발한 인간의 욕망을 신화에 빗대어 버무렸다는 점에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줄거리보다 이면에 입힌 여러 심리학 이론과 상징의 의미 등을 읽어낸다면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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