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파워인터뷰] 영화계 제2도약 이끌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

[신년 파워인터뷰] 영화계 제2도약 이끌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

입력 2010-01-01 00:00
수정 201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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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영화계의 반등 기운이 느껴지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릴 때는 아닙니다.”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국내 영화계는 2009년에 들어서며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과속스캔들’, ‘해운대’, ‘국가대표’, ‘전우치’ 등 흥행 대작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연말연시 분위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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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
●“영화인들, 호황일 때 미래 준비해야”

30일 서울 홍릉길 영화진흥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조희문(53) 위원장은 “2010년 출발이 힘찬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운이 따르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내 “외형은 좋아졌지만 여러 불안 요소가 있다.”며 “성공에 취해 해이해지거나 오만해지면 안 된다.”고 허리를 곧추세웠다. 호황일 때 영화계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2009년 9월 취임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상명대, 인하대 (연극영화과)교수 시절, 스크린 쿼터 축소를 주장했고 심지어 영진위 축소 또는 해체를 외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과 ‘위원장’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영화 진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연구자 입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개인 의견이 있지만 다양한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제 의견을 지나치게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 영화는 산업적·문화적으로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미래 산업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다면 이제는 경쟁력이 검증돼 사회를 이끌고 변화를 유도하는 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선 것.

조 위원장은 “정치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영화계 안에 불신과 분열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념과 변혁의 갈등을 떠나 문화산업 콘텐츠로서의 영화가 강조돼야 하는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흐름을 타면서 영진위는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은 맡기되 불합리한 것은 논의해 보완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넉 달 가까이 영진위를 이끌어 오면서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위원장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영진위가 꼴찌를 기록한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부담보다 바람이 컸다.”고 돌이켰다.

“영화계는 물론 문화계 전체, 정부에게까지 불신받고 신뢰가 무너진 상황을 복구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영진위가) 제대로 일한다, 영화판을 제대로 돌아가게 한다, 이런 평가를 끌어내는 게 중요했죠. 생각보다 빨리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내심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영화인 서울사랑방, 영화인기금 만들 터”

그가 가장 주력했던 것은 조직 개편 등 영진위 ‘수술’과 영화현장과의 ‘소통’이었다. 그 결과 영진위는 최근 공공기관 개혁 성공사례로 꼽혔고, 영진위를 바라보는 영화계 현장의 시선도 조금 따뜻해졌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제작, 유통, 배급, 상업영화, 독립영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영화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합니다. 같은 사안을 놓고 시각이 다르고, 이해 관계도 다르죠.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처럼만의 호황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을 걷어내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중요한 새해 임무다. 국내 영화계의 고질병인 교차상영(한 스크린에 여러 영화를 교대로 내거는 방식)이나 열악한 스태프 처우 문제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영화 역사는 길지만 산업화를 이룬 것은 불과 10여년밖에 안 됐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수십년에 걸쳐 이룬 것을 단기간에 해내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해결할 작정입니다.”

조정자, 조력자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그는 임기 안에 꼭 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우선 영진위가 정책기관으로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2012년까지 영진위의 부산 이전도 예정돼 있는 만큼 서울에 영화 기념공간도 만들 작정이다. 영화인들의 상징적 구심점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공제회나 영화인 연금 형식의 영화인 노후 복지 시스템의 디딤돌을 쌓는 일이다. 아직은 구상단계라며 성급한 기대감을 경계했지만 말 속에 강한 의지가 전해져 왔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1-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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