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사사건건’ 4편 단편… 현대인의 단절 노골적 묘사

[새영화] ‘사사건건’ 4편 단편… 현대인의 단절 노골적 묘사

입력 2010-01-15 00:00
업데이트 2010-01-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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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단절’에 익숙하다. ‘소통이 중요하다.’, ‘종교적 구원으로 단절의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식의 설교가 난무하지만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따로따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게 훨씬 편하다고 느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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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사건건’은 단절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풀어낸다. 물론 4편의 단편 영화를 묶은 작품인 만큼 서로의 연관성은 없다. 감독도 다르고 배우도 다르다. 하지만 참신한 시선으로 단절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 영화 조각들의 공통 분모다.

산책가 김영근·김예영 감독 작품. 시각 장애인 영광이는 세상과 단절돼 있다. 누나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 있는 누나를 위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책길을 촉지도로 만든다. 촉지도 위를 짚어 가며 아빠와 함께 심었던 나무 앞을 걷기도 하고, 지하철도 탄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감동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실상 영광이는 단절과 분투한다.

아들의 여자 홍성훈 감독 작품. 군대 간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낯선 소녀가 불쑥 찾아온다. 소녀는 수술비용과 함께 아들을 대신해 병원에 동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

아버지는 ‘세상에 도움이 안 되는 자식’이라며 아들을 욕한다. 아버지는 이미 가족 간의 단절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소녀는 수술대 위에서 고민한다. 마치 낙태가 가족, 더 나아가 세상과 영원한 단절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눈빛으로.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수상, 제31회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진출작이다.

남매의 집 조성희 감독 작품. 부모 없이 스스로 갇혀 지내는 오누이의 반 지하 집에 낯선 손님들이 찾아온다. 물 한 잔만 먹고 가겠다던 그들은 자신의 집인 양 마음대로 행동하고 남매를 위협한다. 영화는 철저히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남매가 단절의 벽이 무너져 버릴 때 엄습하는 공포감을 박진감 넘치게 다룬다. 드넓은 세상에서 알지 못하는 존재를 마딱뜨렸을 때의 불안감, 이 불안감 밑에서 초라하고 나약해지는 두 남매의 모습은 단절된 현대인의 위태로움을 그대로 설명해 주는 듯하다.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7년 만에 대상의 주인공이 된 수작.

잠복근무 이정욱 감독 작품.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어린 시절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번데기 장수로 잠복근무를 하고 있는 형사 하태주. 하지만 추억 속의 웬수 같은 친구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잊고 싶은 과거, 시간과의 단절을 원했던 태주는 이런 상황이 여간 불쾌하지 않다.

하지만 범인과의 추격전을 통해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친구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과연 태주는 과거와 화해할 수 있을까. 감독은 재치있는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관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제공한다. 1월21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1-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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