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의 시작은 저 파도였다

터너의 시작은 저 파도였다

입력 2010-07-02 00:00
수정 2010-07-0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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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국민화가인 윌리엄 터너(1775~1851)는 섬나라인 모국의 해안 풍경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9월26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열리는 ‘영국 근대 회화전-터너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서는 유럽 최고로 평가받는 영국 풍경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터너의 이름을 따서 영국 출신 미술 작가에게 수여되는 터너상은 전국방송인 ‘채널4’가 생중계하면서 현대 미술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전시는 yBa(young British artists)란 말이 생길 정도로 세계적 인기를 끈 영국 현대미술의 뿌리를 확인할 기회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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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터너
‘바람 부는 날’ 터너
그림이 종교적 도구로 활용되었던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영국은 아카데미적인 미술교육 체계가 자리잡히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영국의 화가들은 종교화나 역사화보다는 변화무쌍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전시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터너의 ‘바람 부는 날’은 후원자인 레스터 경의 저택과 파도 치는 바다를 그렸다. 터너는 이 그림으로 큰 명성을 쌓았고 이후 많은 부유층의 저택이나 사유지 풍경을 담은 그림을 주문받게 됐다. 폭풍이 오기 전의 하늘과 바다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바람 부는 날’ 이후 터너는 전매특허가 된 폭풍 치는 바다와 배, 절벽 등을 묘사한 풍경화를 많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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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잔 그리고 자넷’  엘리자베스 아델라 포브스
‘장 잔 그리고 자넷’
엘리자베스 아델라 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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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줍는 사람들’ 헨리 허버트 라 생
‘자두 줍는 사람들’
헨리 허버트 라 생
유화인 ‘바람 부는 날’ 외에 전시되는 터너 작품은 작은 크기의 수채화다. 특히 그가 열일곱 살 때 처음 떠난 스케치 여행에서 그렸다는 수채화 ‘맘스베리 수도원의 폐허’를 통해서는 터너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왕과 귀족들의 초상화나 예수와 성인들의 결정적인 순간을 그린 종교화에 비해 영국의 풍경화는 기분을 정화하며 마음이 편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준다.

헨리 허버트 라 생(1859~1929)의 ‘자두 줍는 사람들’은 “다정한 전원시이자 기분 좋은 목가시”라고 평가받는다. 왕과 귀족, 성인이 아니라 시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그려 서민에 대한 연민을 그림에 담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특히 사랑받는 서양화의 사조는 다름 아닌 인상주의. 전통적인 화풍을 거부하고 눈에 보이는 빛과 자연을 정확하게 표현하려 했던 프랑스의 인상주의는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양식이 된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는 활발한 교류가 일어났고 프랑스 인상주의의 바탕에는 영국의 전통적인 풍경화가 있었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인 카미유 피사로, 폴 고갱 등의 풍경화도 함께 전시된다. 맨체스터 시립미술관 등 8개의 영국 미술관에서 빌려 온 116점의 회화는 모두 목가적인 풍경과 이름없는 서민,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전시를 주관한 지엔씨미디어의 정용석 이사는 1일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순간적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을 통해 잊고 있었던 순수함과 낭만을 느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 관람료 1만 1000원. (02)325-1077.
2010-07-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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