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에 녹아든 섬세한 시선

앵글에 녹아든 섬세한 시선

입력 2010-09-24 00:00
수정 2010-09-2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日작가 유키 오노데라 사진전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사진작가 유키 오노데라(48)의 개인전은 한 작가의 사진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다양한 기법과 소재의 사진들로 눈길을 끈다.

이미지 확대
유키 오노데라 ‘헌옷의 초상’
유키 오노데라 ‘헌옷의 초상’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그녀는 1991년 일본 사진신세기상으로 등단한 뒤 1993년부터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1996년 프랑스 코닥사진비평상, 2006년 프랑스 니엡스 사진상 등을 수상한 국제적인 작가다.

초기작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72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기존의 사진 관습과 한계를 넘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작가의 자유분방한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제작된 ‘헌 옷의 초상(Portrait of second-hand clothes)’시리즈는 일상적인 사물을 재해석하는 작가의 섬세한 시선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작가의 아파트 창문 앞에 헌 옷을 널어놓고 촬영한 사진들은 단순하면서도 묘한 여운으로 보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잡지나 신문들에서 오려낸 이미지들로 사람의 형상을 구성한 뒤 강한 배경 조명을 사용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실루엣만 남도록 촬영한 ‘트랜스베스트’, 몰래 찍은 불특정 다수의 얼굴에 여러 가지 문양을 오려낸 종이를 올려놓아 모자이크 효과를 낸 ‘열한번째 손가락’ 등은 작가의 재기발랄한 실험정신을 엿보게 한다.

분홍색 벽, 분홍색 탁자에 팝아트적인 아이템들을 배치해 정물화처럼 찍은 ‘12 스피드’는 얼핏 3장의 사진이 똑같아 보이지만 실제는 거울에 비친 숲의 풍경을 조금씩 다르게 한 눈속임으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전시회는 12월4일까지 열린다. 3000~4000원. (02)418-13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0-09-24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