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에 갇힌 현실…달콤 쌉싸래한 캔버스

인형뽑기에 갇힌 현실…달콤 쌉싸래한 캔버스

입력 2010-10-22 00:00
수정 2010-10-2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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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작가 이은 개인전

곰돌이 푸, 개구리 캐로로, 토끼인형 마시마로 등 앙증맞은 캐릭터 인형들이 캔버스 가득 그려져 있다. 알록달록 선명한 색감과 봉제인형의 촉감이 느껴질 정도로 극사실적인 묘사가 시선을 잡아끈다. 얼핏 인형가게의 진열장 풍경 같지만 공중에 매달린 집게가 반전을 예고한다. 힌트는 작품의 제목에도 숨어 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재치있는 문구가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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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은(36) 작가의 작품들이다. 그가 일명 ‘인형뽑기’로 불리는 게임기를 그리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금속공예를 전공해 기계장치에 관심이 많던 차에 어릴 적 오락실에서 자주 하던 인형뽑기가 떠올라 작품 소재로 택했다. 그가 그린 게임기들은 길에서 흔히 보는 허름한 자판기와 달리 팬시 상품처럼 고급스러운데, 자판기 천국이라는 일본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것들이라고 한다.

‘인형뽑기’는 소비와 욕망으로 얼룩진 경쟁사회의 서글픈 단면을 빗대기도 하지만 갇힌 세상에서 외부로의 구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제목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나 잡아봐라’ 식의 조롱과 더불어 ‘나를 이곳에서 꺼내달라’는 간절함의 표현이라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추파춥스 사탕 자판기를 그린 ‘이츠 미, 이츠 미’(It’s me, It’s me) 연작에서도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하는 작가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30일까지. (02)544-848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0-10-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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