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장려하는 ‘특례법’ 때문 양부모 양육능력 등 법적 심사를
우리나라가 ‘아동수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해외입양을 장려하는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탓으로 돌린다. 1993년 헤이그 국제사법회의(HCCH)에서 채택한 국제입양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국제입양협약은 ‘아동은 태어난 가정에서 친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태어난 나라에서 입양가정을 찾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최후수단으로 적법 절차에 따라 해외 입양을 선택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입양 특례법은 1969년 제정된 ‘고아입양 특례법’을 본따 고아와 같은 ‘요보호아동’의 해외입양을 촉진하려고 그 절차와 요건을 간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입양숙려제도’를 도입하고 국내입양 우선 조치를 의무화한 입양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친모의 입양동의는 출산 후 30일이 지나야 유효하고, 입양기관은 국내에서 입양 부모를 찾지 못했을 때만 해외입양을 추진하도록 바꿀 계획이다.
당사자 간(친부모와 양부모) 합의와 신고만으로 입양이 가능한 법률도 개정한다. 가정법원이 양부모의 양육능력이나 입양 동기, 가정 환경 등을 심사하는 법적 절차를 신설한다. 아파트 선순위 분양 자격을 얻으려고 허위로 입양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동을 매수·입양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국제기준에 맞추려면 입양인 사후관리가 달라져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그의 출신배경과 입양사유를 이해하고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입양기관은 친부모의 사생활 보호와 비밀누설 금지 조항을 내세워 입양인이 자신의 입양기록을 열람·등사하지 못하도록 한다.
입양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친부모의 정보공개 동의를 받아 입양기록을 등사하고,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친부모의 인적사항만 빼고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입양을 관리·감독할 정부기관 설립도 제안됐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중앙입양정보원은 입양기관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고 지원을 받으며 입양기관의 업무 협조를 이끌어낼 독립적인 중앙입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최 의원은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10-07-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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