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도 복지… 생활체육 지도자·1시군구 1스포츠클럽 양성”

“체육도 복지… 생활체육 지도자·1시군구 1스포츠클럽 양성”

한재희 기자
입력 2019-01-02 22:24
수정 2019-01-0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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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신년 인터뷰

“‘체육 활동 참여로 인한 개인의 의료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은 1인당 연간 약 46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생활 체육을 즐기면 의료비가 줄어들고 국민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습니다. 이는 고령화 시대에 큰 의미가 있는 수치입니다. 각 지자체에서도 스포츠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데에 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기흥(63) 대한체육회장은 2019년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체육에의 참여’에 대해 시종일관 힘주어 말했다. 새해 대한체육회의 업무 초점도 여기에 맞춰질 것이라 했다. 대한체육회는 서울신문이 2019년부터 시작하는 생활 체육의 저변 확대를 위한 연중 캠페인을 후원하기로 했다. 체육이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질병 예방 등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사회 갈등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는 데에 인식을 공유했다. 지난 세밑 서울신문 사옥에서 이 회장을 만나 대한체육회의 2019년과 그 이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 이지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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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세밑 서울신문과의 신년 특별 인터뷰에서 생활체육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세밑 서울신문과의 신년 특별 인터뷰에서 생활체육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019년, 체육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생활 체육 지도자가 너무 적다. 현재 전국에 생활체육 지도자로 활동 중인 인원이 2600여명뿐이다. 요즘은 생활 체육 지도자들이 복지사 역할까지 다 하고 있다. 각 구 단위로 10명꼴인데, 예를 들어 종로구 전체가 10명으로 어떻게 전부 해결이 되겠는가.

동네 어르신들에게 별일이 없는지 집집마다 방문하고 있다. 인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급여는 월 200만원 정도다. 나아가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체육진흥법상에 기간제 근로자로 돼 있다. 이 법을 고쳐야 한다. 이것을 고쳐서 무기계약직이라도 해야 처우와 신분이 안정되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체육인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여태까지 회계 부정·폭력·파벌 이슈가 나오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교육 부재에서 발생한 일들이 많다. 그것을 잘못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말하자면 선수 폭행도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그렇다.

현재까지는 체육계 내외부에 전문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소양·직무·인성 교육을 하는 곳이 없다. 100여명 불러다 1박2일 몇 시간씩 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교육 수요가 수십 만명이나 된다. 체육 지도 자격증 소지자 13만명 5000여명을 교육시킬 기관 하나가 없다.

동시에 중요한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있으면 이런 것들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조직 내 파벌이라든지 조직 사유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바꿔야 조직의 문화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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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국회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얘기인데, 왜 그랬을까. 복지로서의 체육이라는 개념마저 희박한 때문인가?

-여태까지 생활 체육은 동네에서 알아서 동호인들끼리 하는 걸로만 생각해왔다. 조직화·시스템화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나서야 중요성이 점차 인식되는 것 같다.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07년 함께 펴낸 논문에 따르면 ‘체육 활동 참여로 인한 개인의 의료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은 1인당 연간 약 46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낸다고 한다.

→2019년에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려 하나.

-우선 학교 체육이 중요하다. 학교 스포츠 클럽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전문 스포츠 지도 강사를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

학생 대상으로는 학교 클럽 활동을 늘리고, 사회인들을 대상으로는 공공 스포츠 클럽을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공공 스포츠 클럽은 현재 전국에 76개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까지 ‘1시군구 1스포츠클럽’(지역형 229개, 거점형 3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곳에 주민들이 모여 같이 운동도 하고, 학교 학생도 수업이 끝나면 와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 클럽을 사랑방처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리그제를 만들어 실력이 좋은 사람은 상위 리그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포츠 클럽 상위 단계에서는 국가대표까지도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동시에 어르신 맞춤형 생활 체육 인프라도 구축할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준비도 해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 성적에 대한 우려가 많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 일본도 국제대회 성적이 20년간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그 길로 가고 있다.

일단 선수 유입이 안 된다. 사람들이 엘리트 선수로서 운동을 안 하려고 한다. 한 자녀만 키우다 보니 축구·야구·골프는 하지만 다른 종목에는 사람이 없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수영의 박태환, 배드민턴의 이용대가 빠지니 목표했던 금메달 65개에 못 미치는 결과(금메달 49개)가 나왔다. 양궁·태권도를 비롯한 강세 종목에서도 우리 지도자가 해외로 나가 가르치니 다른 나라와 실력이 평준화됐다. 사실 여태까지 소수 정예에게 선택과 집중을 해서 빨래 짜듯이 짜낸 경향이 있다.

→엘리트 체육에 대한 대책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은 분리되지 않는다. 하나의 동전과도 같다. 엘리트 체육이 성적을 내면 그 영향으로 일반 동호인과 체육 인프라가 늘어난다. 그러한 저변을 바탕으로 또다시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두 개가 하나인데 따로 구분해서 보면 안 된다. 떼어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취임 이후 중점을 둔 부분이 그것 아닌가.

-서로 떨어져 있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막 하나로 합쳐졌다. 법에 의해 물리적 통합은 됐지만 내부적으로 화학적 통합이 쉽지 않았다. 조직이 합쳐지다 보면 그것을 녹여내는 것이 가장 큰일이었다. 통합체육회가 만들어진 이후 같은 목표를 향해 더불어 조화롭게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처지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그래서 공동의 목표를 만들기 위해 체육인 1300여명에게 의견을 받아 역점 과제를 담은 ‘대한체육회(KSOC) 어젠다 2020’을 만들어 냈다. 공동의 목표를 이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자는 의미였다. 2016년 3월에 통합을 하고 이제는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래도 이제는 화학적 통합이 잘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젠다 2020’의 진행 상황은.

-사회적 동의가 따르는 문제가 많다. 관련 법을 고쳐야 하고, 공론화 과정뿐 아니라 정부 동의가 있어야 한다. 체육인 약 220만명에게 수기로 서명을 받아놓았다. 공청회는 마쳤고, 국회에도 서명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초에 입법 탄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리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01-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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