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인터뷰] ‘버닝썬 법안’ 대표 발의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은 마약 등 약물을 이용해 여성을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한국 사회의 추악한 면모를 드러내 충격을 줬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지도층 자녀와 연예인 등 특권층의 마약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52)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약물로 성을 지배하려는 성폭력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마약 등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인 이른바 ‘버닝썬법’을 대표 발의했다.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약물로 성을 지배하려는 성폭력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신문사 기자 시절 연예인 마약 사건을 많이 취재했었다. 실제로 마약사범을 만나서 인터뷰를 많이 해 봤기 때문에 국회의원 중에서 마약 사건을 제일 잘 알 거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가 되기 때문에 당국도 마약사범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못 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물뽕’(GHB)이나 다른 마약류를 통해서 여성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것은 약물로 성을 지배하겠다는 남성들의 남성 우월주의 속에서 나왔던 악질적인 범죄다. 이에 마약이나 기타 약물을 통해 여성을 성폭행했을 경우 특수강간으로 분류해 최소 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강도 높은 처벌을 하고 성추행으로 끝났을 때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마약 사건은 여야의 쟁점 사항은 아닐 거라고 본다. 지금 마약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많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법안은 무난하게 통과될 거라고 본다. 다만 보수적인 법조인 출신들로 구성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형량이 너무 강하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취지에 대해선 공감해 줄 거라고 본다.”
-버닝썬 사건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버닝썬 사건은 마약이 우리 사회 속에 깊게 파고들어 왔다는 점에 대한 경각심을 준 사건이다. 예전에는 마약이 조직폭력배나 유흥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했던 것으로 인식됐는데 지금은 젊은 청년부터 일반 주부들까지 확산됐다. 특히 버닝썬 사건은 사회지도층 자녀나 연예인이 관련됐음에도 그 연결고리로 인해서 면죄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마약에 대한 심각성을 국민이 인식하고 힘 있는 권력층의 자녀는 쾌락주의에 빠지면서도 단속 대상에서는 제외됐던 점 등이 국민의 분노 이유라고 본다. 경찰과의 유착 관계도 일부 드러났지만 아직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핵심 쟁점이다.”
-마약 청정국이던 우리나라가 왜 이 사태까지 이르렀을까.
“최근에는 유학생들이 마약에 접근하기 쉬운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합법화된 국가에서 마약을 접촉하고 있다. 마약에 대한 범죄 인식을 안 갖고 중독된 상태에서 국내에서도 인터넷으로 주문해 외국에서 소포 형식으로 마약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젊은층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마약을 은밀하게 거래하면서 뿌리 깊게 확산되고 있다. 경찰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갖고 단속해야 하는데 큰 이슈가 생기지 않으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버닝썬 사건 이후 짧은 기간 마약사범 몇백명을 벌써 검거했다고 한다. 앞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하려면 사이버수사대를 확충해야 한다. 근본적인 근절을 위해서는 제조부터 판매, 공여, 마약 투약자까지 4단계를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방송인 로버트 할리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이 많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 사건은 마약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마약에 대해서 버닝썬법 말고도 여러 가지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마약을 판매한다든지 판매책과 투약자, 제조자를 다 구분해서 형량을 조정하는 법도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이미 마약에 대한 법률은 살인죄 다음으로 처벌을 강하게 하고 있다. 다만 현실로 재판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정상참작을 통해 원래 취지보다 굉장히 형량을 낮춰 주는 경향을 발견하게 됐다. 마약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고 보건복지부나 경찰청에서도 이를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마약의 폐해에 대한 공익광고도 늘려서 한 번 마약을 하면 인생이 끝장난다는 걸 캠페인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야 한다.”
-사회 저명인사의 일탈과 경찰의 봐주기 논란도 계속되는데.
“최근 황하나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우리 아빠는 경찰청장과 친구’라고 얘길했다고 한다. 일반 마약사범에 대한 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단속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경찰과의 유착 관계나 연루 관계를 철저히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 황씨가 지목했던 그 경찰이 누군지 감찰을 통해서든 수사를 통해서든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나도 그 사건을 끝까지 추적해 보겠다.”
-김학의 사건의 원본 동영상 존재를 처음 언급했는데.
“내가 김학의 사건의 원본과 가까운 동영상의 존재를 최초로 알렸다.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바로 식별이 가능한 원본에 가까운 CD가 존재하는지 확인을 요청했고 민 청장이 이를 확인해 주면서 그 존재가 최초로 확인됐다. 김학의 사건은 김학의가 검찰 출신이고 법무부 차관 출신이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은폐됐던 사건이 지금 다시 재조명을 받게 된 거다. 원본 CD의 존재나 피해 여성이나 윤중천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당시 사건을 은폐했던 세력이 누구인가다. 지금 수사단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1차, 2차 김학의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의 수사라인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사건을 보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경찰이 연루된 버닝썬 사건은 검찰이 수사해야 하고 검찰이 연루된 김학의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는 경찰이 연루된 사건을 경찰이 하고 검찰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하고 있어 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검찰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김영호 의원은
베이징대학 졸업한 기자 출신
초선으로 ‘윤창호법’ 대표 발의
김영호 의원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마포고, 중국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중국학 석사를 취득했다. 국민일보사 기획조정실과 스포츠투데이 기자로 근무했다.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과 제2사무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서울 서대문을에서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당내 경선에서 이강래 후보를, 본선에서는 새누리당 정두언 후보를 꺾으며 기염을 토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으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고 김상현 민주당 상임고문이다. 김 고문은 ‘마당발’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친화력에 정평이 났지만, 김 의원은 호불호가 분명하고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편이다. 김 의원은 “아버지는 포용과 통합의 정치로 한국 정치사에 족적을 남기셨다”고 말한다.
2019-04-15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