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공용어 채택한 첫 국제기구
│제네바 정은주 순회특파원│ “도메인 이름 ‘samsung.la’를 삼성에 이전하라.”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 1967년 설립된 이 국제기구는 각국의 지적소유권에 대한 법제화나 조약 체결 등에 대해 원조 등을 한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지난달 5일, 삼성네트워크가 삼성의 라오스 법인 도메인 이름을 선점한 구모씨를 상대로 제소한 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삼성네트워크는 인터넷 도메인 투기(cybersquatting)로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지난 1월 WIPO 중재조정센터에 분쟁해결신청서를 제출했다.
구씨는 “삼성은 별 세 개를 의미하는 일반명사”라며 “삼성그룹을 상징하는 도메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정을 맡은 유영일 패널위원은 “삼성은 전 세계에서 널리 인식된 삼성그룹의 등록상표로, 분쟁 도메인은 그러한 삼성(samsung)과 라오스 국가(la)를 합쳐놓았다.”면서 “신청인의 도메인 등록을 방해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고 피신청인이 도메인을 먼저 등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도메인 분쟁은 제소부터 결정까지 모두 한국어로 진행됐다. WIPO가 2007년 9월 한국어를 ‘국제 공개어’(전체 11개)로 채택한 덕분이다. 국제 특허출원, 분쟁심사 등도 모두 가능하다. 한국어가 국제기구에서 공식언어로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세계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다는 얘기다.
WIPO는 특허, 상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에 관한 24개 조약을 제정·개정하고 국제출원 및 등록 시스템을 운영하는 유엔(UN) 산하 국제기구로 1967년에 설립됐다. 회원국은 184개국.
우리나라는 1979년 3월에 가입해 국제특허시스템 개발, 국제지식재산권 교육 등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05년부터 국제출원을 조사할 때 WIPO는 우리나라의 특허문헌을 의무적으로 조사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특허 출원 분야에서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우리는 17만 2469건(9.3%)의 세계 특허를 출원했다.
WIPO는 분쟁조정센터를 두고 인터넷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 간 충돌도 조정한다. 인터넷 도메인을 투기 목적으로 선점하는 행위가 만연하자 WIPO가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소송보다 비용도 저렴하고 분쟁처리도 신속해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WIPO에 제기된 분쟁 건수는 2107건이며, 1999년부터 따지면 1만 6770건에 달했다. 미국에서 7209건(42.41%)을 신청했고, 프랑스(1860건·10.94%)와 영국(1277건·7.51%)이 뒤를 이었다. 제소도 미국은 6536건(38.45%)이나 당해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피신청 건수가 642건(3.78%)으로 6위였다.
스위스 제네바대표부 김용선 특허관은 “투기 목적으로 인터넷 도메인을 선점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jung@seoul.co.kr
2010-04-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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