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확인…유족 “환영하나 유해발굴 계속해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전·공주·청주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등 3천400여명이 집단 희생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진실화해위는 ‘주한미군 정보일지’ 등 미군자료와 당시 헌병,경찰,형무관 등 현장 목격자들의 진술과 현장조사 등을 토대로 이 같이 결론을 내렸으며 희생자 가운데 333명과 희생 추정자 1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50년 6월28일께부터 7월17일까지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1천800여명이 충남지구 CIC(육군 특무부대)와 헌병대,경찰 등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불법적으로 희생됐다.
진실화해위는 이 가운데 267명의 신원을 확인했고 18명을 희생자로 추정했다.
충남 공주·청주형무소에서도 같은 시기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1천600여명이 CIC와 헌병대 등에 의해 공주 왕촌지역,충북 청원군 분터골 등에서 적절한 법적 절차 없이 희생됐으며 이 가운데 66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비록 전시였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재소자와 보도연맹원들을 좌익전력이 있거나 인민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없이 사살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할 것과 위령사업 지원,전쟁이나 비상사태시 민간인 보호조치에 관한 규정 정비,평화인권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이 같은 진실화해위의 결정에 대해 희생자 유족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대전형무소 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된 대전산내유족회는 “10년여에 걸친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 끝에 마침내 산내학살사건이 국가에 의한 억울한 희생임이 공식 인정됐다.”라면서 “지난 세월 군사정부를 거치며 부모형제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도 못하고 살아온 유족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계기가 됐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갈 길은 아직도 멀다.‘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지난달말로 종료됨에 따라 이후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산내 골령골에는 지난해 유해 발굴이 중단된 이후 유골이 나뒹굴고 있어 조속히 유해발굴 등 후속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대전시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 대강당에서 ‘제11회 대전 산내학살 희생자 위령제’를 개최했다.
위령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원과 지역 국회의원,시민단체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교제례,추모사·추도시 낭독,유족대표 인사,헌화 등의 순으로 열렸다.
대전 산내동 골령골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초기인 1950년 7월 제주 4.3사건 관련자 300여명을 포함해 대전형무소에 수감중이던 좌익인사,보도연맹자,군 예치수 등 1천800명이 집단처형돼 암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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