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일파만파…총리실 곤혹

‘민간인 불법사찰’ 일파만파…총리실 곤혹

입력 2010-07-02 00:00
수정 2010-07-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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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확산일로다.

 공직자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에서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한 시민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내사한 것이 알려지며 배경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는 7.28 재보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정치권도 사태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간인 사찰’ 일파만파

 이번 의혹은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신건,이성남 의원과 MBC ‘PD수첩’ 등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신 의원 등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지난 2008년 K은행 하청업체 대표 김씨의 사무실을 불법 압수수색하고 K은행에 압력을 넣었으며,이로 인해 김씨는 대표직을 사임하고 자신이 보유한 주식도 처분해야 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그해 6월 인터넷에서 떠돌던 이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려 둔 것이 이유였다.

 이와 관련,공직윤리지원관실은 경찰청 등 지휘계통을 거치지 않고 곧장 동작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김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PD수첩은 김씨가 이광재 강원도지사에게 정치자금을 줬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동작서는 1차 수사에서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지만 곧 재조사에 나서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작년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이에 대해 김씨는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국기문란 사건’,‘영포게이트’ 등으로 규정하고 연일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민간인 불법사찰은 명백한 직권남용”(김성식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곤혹스러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 직제에는 속해있지만,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총리실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모른다”면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총리실은 일단 지난달 24일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대기 발령 조치했다.

 김창영 공보실장은 “당사자가 고혈압으로 입원 중인데 신병이 호전되는대로 사실 조사를 한 뒤에 적법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지원관은 문제가 제기된 지난달 21일 고혈압으로 입원했다가 24일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며 진상조사 요구가 거세지자 이에 부담을 느낀 듯 총리실은 지난달 30일 총무비서관을 팀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꾸리고 담당자 2명을 추가로 대기 발령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주말에 철저한 조사를 거쳐서 월요일께 직권남용 등 위법 사항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검찰에 이첩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더이상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추가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인규는 누구

 이 지원관은 행정고시 29회로 노동부 감사관(3급)으로 있다가 지난 2008년 8월 공직윤리지원관(2급)이 부활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경북 영일.포항 출신 5급이상 공무원의 모임인 ‘영포회’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그동안 공식 보고라인이 아닌 같은 영포회 출신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파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직제상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총리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직보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직속 상관인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지난달 21일 정무위에서 “(이 지원관이) ‘문제가 없는 사건’이라고 해서 ‘그럼 당신이 국회에서 답변하라’고 했다”고 답한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적인 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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