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되려면 다 줄 생각해야” 與, 성희롱 발언 강용석의원 제명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줄 생각해야” 與, 성희롱 발언 강용석의원 제명

입력 2010-07-21 00:00
수정 2010-07-2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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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윤리위원회가 여대생 성희롱 논란을 빚은 강용석(41·마포을) 의원을 제명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주성영 윤리위 부위원장은 20일 “강 의원이 당원으로서 당의 위신을 훼손,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윤리위원 11명 가운데 출석위원 7명과 위임받은 2명의 찬성으로 제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당헌·당규상 최고 수위의 중징계인 제명 처분은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확정되고, 확정시 5년 안에는 재입당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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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연합뉴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이날 “강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의장배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여학생에게는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전화)번호 따갔을 것”이라고 하고, 학생들에게 “심사위원들은 (토론)내용을 안 듣고 참가자의 얼굴을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윤리위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나운서와 방송기자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여학생에게 기자가 더 나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의견을 말했을 뿐이고, 청와대에 갔던 사실이 기억나서 ‘그때 대통령께서 전공과 학교를 묻지 않았느냐.’고 한 것”이라면서 “해당 여학생과 오전에 통화해 봤는데, 실제로 문제가 되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고 기자에게도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허위·왜곡 보도를 한 중앙일보를 상대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 부위원장은 “강 의원의 소명이 윤리위원들을 설득시키기에 부족했다.”면서 “여러 관련 보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황을 확인했고, 두 차례 회의를 연 결과 제명 결정을 내릴 만큼의 사실관계는 규명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윤리위의 결정은 지도부와 사전 상의 없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해진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안상수 대표가 단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전체 여성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회의원의 품위 손상은 물론 젊은 여성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킨 중대한 실수”라고 규탄했다.

한국아나운서협회는 성명을 내고 “강 의원의 천박한 여성관과 비뚤어진 직업관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망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금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강 의원이 강하게 부인하는데도 한나라당이 사태가 불거진 지 불과 반나절 만에 신속하게 결단을 내린 것은 7·2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최대한 차단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2006년 5·31 지방선거를 불과 석 달 앞두고 발생한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이어 또다시 성희롱 ‘이력’이 불거진 데다 당장 야당들이 일제히 성명을 내 한나라당을 ‘성희롱정당’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펼친 것도 위기감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변인은 “비슷한 일로 당이 많이 힘들었는데, 다시는 없어야 할 일이 또 일어나 개탄스럽고, 강경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라고 전했다.

유지혜·허백윤기자 wisepen@seoul.co.kr
2010-07-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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