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은 더 잘해 낼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군, 밖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든든합니다.”영화배우이자 탤런트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자진 입대, 공군 현역으로 복무 중인 조인성(30) 병장은 전역을 두달 앞둔 지난 3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군에 들어오고 나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우리군의 능력을 새삼 깨닫게 됐다.”면서 “국민들께서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제가 근무하는 공군의 F15K 전투기 등이 영공을 수호한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고, 또 매우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5월에 제대하는 배우 조인성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조 병장은 인기 탤런트 현빈의 해병대 자원입대에 대해 “연예인들은 모두 병역을 기피한다는 사회 전반의 오해가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현)빈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더 잘해 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조 병장은 전역 후 선택할 차기 작품에 대해 “작품에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느낌이 올 때 그 배역을 연기해 보고 싶다.”면서 “꼭 유하 감독님 작품이 아니라도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병장이 출연했던 대표적 영화 ‘비열한 거리’와 ‘쌍화점’은 모두 유 감독의 작품이다. 지난 2009년 4월 입대한 조 병장은 오는 5월 4일 25개월의 복무기간을 채우고 전역한다.
지난 3일 오전 11시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때문에 기지 정문부터 삼엄한 경비가 이어졌다. 미군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기지여서 출입도 더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전역을 두달 앞둔 조인성 병장을 만나기 위해 기지 안쪽에 자리 잡은 군악대로 향했다. 군악대 현관에 들어서자 방탄 헬멧을 쓰고 군장을 갖춘 군인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 사이로 훤칠한 키의 미남자가 나타났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조 병장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조 병장은 기자와 첫인사를 나누자 “훈련 중이라 촬영과 행동이 제한된다.”고 강조하면서 “보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인성
● 전역이 두달 남았다. 돌아보면 어떤 생활이었나.
-함께 입대한 친구들이 전역하고, 그래서 제가 더 길게 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나더라. 밖에 있을 땐 그냥 ‘3개월 쯤’으로 생각했는데 들어와 보니 ‘3개월씩이나’로 바뀌더라. 부대 동료들끼리 그런 얘기한다(육군은 21개월, 해군은 23개월, 공군은 24개월로 병 복무기간이 확정됐다).
대한민국 대다수 남자들이 경험하는 것일 뿐인데, 그런 경험을 통해 사람이 한순간에 바뀐다는 건 이상한 거 같다. 다만 군 생활이 남자들에게 성숙한 성격을 갖게 해 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제가 앞으로 연예인으로 생활하면서 위기의 순간이 올 때 지금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든다. 술자리에서 안줏거리가 생겼다는 점도 좋은 일이고.
● 군악대 생활은 어땠나. 군기가 세다고 들었다.
-입대 전에는 매니저나 소속사가 업무를 처리해 주어 연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군에선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한다. 군악대는 문화사절단이다. 보여지는 것, 군의 색깔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단정해야 한다. 부대 내 생활은 굉장히 엄격하다. 한 가지가 빠지면, 다른 모든 부분에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를 보는 저도 마찬가지였다.
● 엄격한 생활을 후임병들에게도 알려 주고 있나.
-배웠고, 해 왔기 때문에 (후임병에게 알려 줄 수 있는)자격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가 힘들지 알기 때문에 후임병들의 고민도 알 수 있었다 (그는 28살에 입대해 10살가량 차이 나는 후임병들과 생활하고 있다).
●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있었다.
-민감한 부분이지만, 정말 화가 났다. 전우들이 전사하고 추가 도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F15K가 영공에 떠 있었다는 점이 굉장한 안정감을 주었다. (공군 입대 후) 우리군이 많이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 단 음식 먹고 싶지 않았나. 식사는 어땠나.
-처음엔 그랬다. 자대 배치 받고 나서 팬들이 맛있는 과자 등을 부대원들이 모두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보내 줬다. 감사하다. 짬밥이 다 비슷하지만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메뉴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쓴다. 메뉴를 보고 맛있는 거 나오면 좀 빨리가고 메뉴를 사수해야 한다. 꼬리곰탕 나왔을 때 그 안의 것(고기)이 금세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장이 되고 나서는 더 빨리 갈 수 있어 좋다.
조인성
‘배우’ 조인성
● 비열한 거리나 쌍화점 때보다 몸이 좋아진 거 같은데.
-비열한 거리 때는 좀 더 쪘었고, 쌍화점 때가 많이 빠졌었다. 요즘 관리를 하고 있다. 6시 이후에는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 어떤 연기에 욕심이 생기나.
-늘 고민된다. 어려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달콤한 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작업(연기)이란 게 늘 쉬운 게 없더라. 이왕이면 사회에서 불편한 부분들을 꺼낼 수 있는 역, 그런 역을 찾아가는 게 내 개인적인 성향인 것 같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 시기를 겪으며 고민의 시기에 결정했던 작품들이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지만, 외모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팬서비스 차원에서(조 병장은 말을 마친 뒤 한바탕 크게 웃었다).
● 어렵다는 작품을 보면 늘 유하 감독 작품인데.
-유 감독 작품이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야기꾼이기도 하고. 불편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이 좋았다. 조폭 영화라고 해서 조폭에 대한 얘기만 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셰익스피어 작품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나.
-먼저 작품을 하고 난 다음 조심스럽게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대중들에게 사랑받겠다는 생각만 한다면 남는 게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사랑받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 유 감독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그렇다. 유 감독은 면회도 왔다. 하지만 친하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 유 감독 작품이 아니어도 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할 예정이다. 살면서 모르는 것이 많을 때 그걸 도와주는 분, 지인이고 스승 같은 분이다.
● 그동안은 원하는 작품만 한 거 같은데. 앞으로 어떤 역을 해보고 싶나.
-대다수 작품은 그렇다. 어떤 역에 대한 욕심은 없다. 작품을 읽어 보고 뭔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보이고, 그걸 연기하고 싶으면 하려고 한다.
● 연기는 언제까지 하고 싶은가.
-대중이 좋아해 줄 때까지, 자존심이 허락할 때까지 할 생각이다.
● 감독으로 나서는 배우들도 많은데.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감독들은 대단하다. 난 연기하기도 바쁘다.
● 조인성에게 팬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팬들을 빼고 연예인을 말할 수는 없다.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조인성
●인간 조인성에 대해 얘기해 달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이 한명 있다. 아버지는 공군에서 병사로 근무하다가 하사로 전역했다. 군에 입대하기 전 조언을 해 주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좀 더 엄했다. 장남을 잘 키우려는 노력이 있었다. 야구부에 속해 있던 내가 훈련이 끝나면 피아노 학원에 다닐 정도였다. LG 박용택(2년 선배) 선수, 심수창(동갑) 선수 등이 함께 운동했었다.
●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상식을 기준으로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식이란 게 어렵다. 보편적이란 것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나와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 착하다, 선하다는 평을 많이 하는데.
-안 착하다. 밖에 나가서 불평도 많이 한다. 술자리에서 친분 있는 사람들과 하는 말인데, 그런 말들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 같진 않다(그렇게 말하며 웃는 조 병장의 얼굴 모습에도 선한 느낌이 가득했다).
● 30대에 들어섰다. 결혼에 대한 고민 해 봤나.
-결혼 꼭 할 거다. 뭔가를 포기하고 배려할 수 있을 때 결혼할 거다. 마흔 살 전에는 하지 않을까. ‘이 사람’이란 생각이 들면 할 생각이다.
● 이상형이 있나.
-‘척’하는 사람이 아니고 내 눈에 참 예뻤으면 좋겠다. 독립심이 강하되 넘치지 않고, 예의 바르면서도 배려가 있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 전역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 여행 가려고 한다. 쌍화점 끝나고 프랑스, 벨기에, 영국, 일본을 다녀왔는데 또다시 가고 싶다.
오산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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