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中이어 한국 오고…위성락 방중 검토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 공개파문 이후 서울과 워싱턴의 행보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북한의 태도변화를 겨냥해 ‘압박공조’를 견지해온 한ㆍ미 양국으로서는 이번 파문에 따라 전반적인 상황을 새롭게 평가하고 대응전략을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남북 비핵화 회담을 출발점으로 하는 6자회담 3단계 접근안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전반적 정세흐름의 ‘새판짜기’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에서는 한ㆍ미와 일정한 보조를 맞춰 남북간 대화를 중재해온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금주부터 한ㆍ미ㆍ중을 중심으로 새로운 밑그림을 모색하기 위한 외교적 교섭활동이 분주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우선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6일 베이징(北京) 방문에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방중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G2(주요 2개국) 차원의 조율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1월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협력’과 ‘갈등’ 속에서 큰 틀의 대화재개를 모색해온 미ㆍ중으로서는 북한의 대남 강경선회와 그에 따른 한반도 정세구도 변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각기 전략적 입장을 재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미ㆍ중이 현 국면에서 어떤 컨센서스를 형성하느냐는 앞으로의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흐름에 중요한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 정부의 운신에도 직접적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미ㆍ중은 일단 큰 틀의 대화국면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쪽으로 공통의 인식을 모을 것으로 보이지만 6자회담이라는 북핵 논의구조를 어떤 식으로 살려나갈지는 물음표다.
중국의 대응방향이 주된 관전포인트다. 북ㆍ중 협의과정에서 남북대화를 적극 중재했던 중국이 북한의 이 같은 대남 강경노선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 해법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그 핵심이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다시금 대북 설득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나 아예 판을 바꿔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회동을 제안하거나 북ㆍ미 대화를 촉구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후자를 택할 경우 우리 정부가 입안한 3단계 재개안의 틀이 흔들리면서 북핵 문제를 남북대화의 틀로 가져와 일정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도해온 북핵 논의의 이니셔티브가 미ㆍ중 주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캠벨 차관보의 10일 방한은 한미간 ‘북핵공조’의 틀을 재확인하고 공통의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일단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대응 기조를 재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내용상으로는 전략적 궤도수정을 놓고 미묘한 입장차가 표출될 수도 있다.
북한이 남북대화의 파탄 책임을 남측에 넘기면서 그 구실로 삼은 ‘천안함ㆍ연평도’ 사과의 경우 양국이 어떤 식으로 입장을 조율할지 주목된다. 미국은 그동안 천안함ㆍ연평도 문제를 남북 비핵화 회담과 연계시켜온 우리 정부의 입장을 존중해왔으나 이것이 계속 유효할는지는 미지수다.
이번 방한의 핵심 의제로 알려진 대북 식량지원 문제도 양국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대북 식량지원을 ‘기정사실화’하고 본격적인 수순밟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나 정부는 ‘속도조절’과 엄격한 모니터링을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 식량지원을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끌어내려는 포석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측 북핵 협상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북ㆍ중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받으면서 3단계안을 비롯한 6자회담 재개방안에 대한 중국의 대응방향을 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해보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중국측과 시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6자회담 관련국들의 교섭 움직임 속에서 정상회담 비밀접촉 공개라는 ‘초강수’를 둔 북한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며 한ㆍ미ㆍ중으로부터 나오는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의 이니셔티브가 둔화되고 미ㆍ중 주도로 한반도 논의가 흐를 수도 있는 매우 미묘한 국면이라는 시각 속에서 정부가 보다 능동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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